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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광고 후 연락두절…코로나에 우는 자영업자 뺨때린 마케팅업체

중앙일보

입력

사기 혐의로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는 한 마케팅업체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사기 혐의로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는 한 마케팅업체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경북 구미에서 자영업을 하는 20대 A씨에게 ‘SNS와 블로그 광고를 해주겠다’는 연락이 온 건 2020년 7월이었다. 한 달에 두세 번씩 마케팅업체의 문자가 왔다. 무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사가 되지 않자 마음이 흔들렸다. 지난해 9월엔 구미까지 업체 영업 직원이 찾아왔다. A씨는 264만원을 주고 마케팅 계약을 맺었다. 블로그 체험단(체험단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후기를 블로그에 올리게 하는 광고 방식)을 모집해준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록 체험단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업체 측에 문의했지만, 담당자는 ‘월차다’, ‘출장이다’와 같은 이유로 연락도 잘 안 되었다. 환불을 요구하자 ‘약 50만원만 돌려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SNS 광고 등이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SNS에서 '좋아요' 작업이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유령 계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환불 명세서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 업체 대표 장모씨와 담당 직원을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에서 뷰티샵을 운영하는 B씨도 지난해 중순쯤 같은 업체에 약 800만원을 주고 마케팅 계약을 했다. B씨는 “SNS 배너(이미지와 하이퍼링크로 이뤄진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초등학생이 만든 수준의 말도 안 되는 배너가 왔다”며 “블로그 체험단 같은 건 안 한다고 했는데, 목록을 계속 보냈다”고 했다. 환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B씨는 지난달 업체 담당 직원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파악된 피해자만 60여명”

지난 16일 대표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 마케팅업체의 서울 금천구 소재의 사무실. 업체명과 무관한 간판이 걸려 있다. 이병준 기자

지난 16일 대표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 마케팅업체의 서울 금천구 소재의 사무실. 업체명과 무관한 간판이 걸려 있다. 이병준 기자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장씨 등을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앞서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장씨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업체와 회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일부 직원이 영업을 계속하면서 신규 계약을 맺다가 추가 고소를 당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도 현재 서울 금천서에서 이뤄지고 있다. 20일 기준, 피해자 모임이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만 총 60여명이고 피해 금액은 인당 100만~800만원에 이른다.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업체는 ‘제OO마케팅’, ‘골O기획’ 등 업체 이름을 바꿔가면서 영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대표 장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망의 의도는 없었다”면서 “상품을 판매한 거고 당연히 홍보 효과를 볼 수도, 못 볼 수도 있다”며 “(일부 고객이) 저희와 안 맞아서 환불 요청을 했고, 몇 달 동안 작업한 게 있기에 위약금이 나왔는데 서로의 입장이 안 맞아서 ‘고소를 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은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 16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영업사원 중에서 소수의 이름만 자꾸 언급되고 신고가 된다”며 “영업직원 개인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100% 부담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웬만해서는 다 해결을 하고 있고 경찰이나 검찰에 넘어간 것도 전액 환불을 하거나 합의서를 받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현재 신규 계약을 받고 있지 않다.

경찰과 검찰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고의성 유무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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