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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간사가 의사봉 잡고 초유의 추경 강행…野 "원천무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14조원 규모의 추경 정부안이 19일 의결됐다”며 “21일 본회의 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연 예결위 회의는 회의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았다”며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결위 국회 관계자는 ‘법안이 의결됐는지’, ‘회의가 성립되는지’ 등 여부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야당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당은 맹성규 간사만 참석해 위원석(사진 왼쪽)이 비어 있다. 김상선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야당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당은 맹성규 간사만 참석해 위원석(사진 왼쪽)이 비어 있다. 김상선 기자

與 “19일 처리” 주장…野 “19일 회의는 不존재”

국민의힘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전날 새벽 연 예결위 회의는 “국회법 76조(의사일정의 작성)를 위반했다”며 “회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부(不) 존재 회의”라고 주장했다. 회의를 주재한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위원장은 이날 회의 성격을 ‘4차 예결위 전체 회의’라고 규정했다.

‘4차 전체 회의’는 민주당이 앞서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며 단독으로 소집하고 붙인 이름이다. 민주당 소속 맹성규 예결위 간사는 전날 새벽 2시 8분에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단독으로 개의해 14조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을 의결한다는 의미로 의사봉을 두들겼다. 이 돈으로 자영업자ㆍ소상공인 320만명에게 방역지원금을 300만원씩 지급한다는 게 정부안의 골자다.

본디 회의 개의와 의결 권한은 상임위원장에게 있지만, 민주당 간사인 맹성규 의원은 회의에서 “국회법 50조 5항 따라 본인이 사회를 보게 됐다”고 스스로 사회권을 부여했다. 국회법 50조 5항은 “위원장이 회의를 거부ㆍ기피할 경우, 위원장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개의 후 의결을 거쳐 산회(19일 2시 16분)하기까지엔 8분 걸렸다. 이와 관련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추경안을 간사가 위원장 대리로 의결하겠다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20일 회의에서 “어제 새벽 있었던 민주당의 폭거는 정식 회의가 아니다”라며 “지금 현재 법적으로는 2022년도 제1회 추경 예산안과 기금 운영계획 변경안은 분명히 예결위 소위에 계류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회의에) 민주당 맹성규 간사도 참여했기 때문에 이 회의를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회의로 인정한다는 취지인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맹성규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법의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추경안 정부안이 (19일) 예결위를 통과했다”며 “정부 추경안 및 수정안에 대한 (추가) 논의는 성립할 수 없다. 어떠한 안건 상정이든 야당의 추경안 발목 잡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여야 간 정반대 주장으로 예결위 회의장은 소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논쟁을 벌이던 맹 의원은 회의 중간 퇴장했다.

與 “21일 본회의 처리”…의장실 “21일 여야 회동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 후에도 “민주당의 추경 날치기 시도 해프닝은 회의 자체가 원천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세를 이어갔지만, 민주당은 2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예결위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통과됐다”며 “예정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7조 5000억원 규모의 민주당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송영길 대표는 20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한 대로 정부가 제출한 14조원에 추가로 3조5000억원을 증액해 21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600만명 취약계층에 자가진단키트를 무상 지원하는 항목도 추가로 담겠다는 구상 등이 포함된 액수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원들이 20일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추경안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원들이 20일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추경안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다만 민주당 계획대로 21일 본회의 통과가 될 진 미지수다. 19일 의결행위의 효력에 대한 유권해석이 아직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결위 소속 국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측 이의제기가 있어 (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현재로선 통과됐는지조차 확실히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선은 21일 본회의 개최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21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열어 의견을 들어보고 의장이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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