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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 틀고 수행하다 무릎 못 펴던 승려…'이 물' 마시고 벌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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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골리수(骨利水)’를 아시나요. 

예부터 고로쇠나무 수액을 일컬었던 이름이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는 신라 말 승려 도선이 광양 옥룡사에서 가부좌를 튼 채 오랜 수행을 한 후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이때 고로쇠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다 가지를 부러뜨리면서 주저앉았다. 때마침 부러진 줄기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마시고 무릎이 펴지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뼈에 이로운 물’을 뜻하는 ‘골리수’란 이름이 생겼다는 설이 있다.

경기 남양주·가평 이달 말 고로쇠 수액 채취 시작

단풍나뭇과인 고로쇠나무의 수액에는 자당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달콤한 맛을 내고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 미네랄과 칼슘, 마그네슘 성분도 함유돼 피로해소, 노폐물 제거, 위장병, 담석증, 비뇨기질환, 신경통, 당뇨, 산후조리, 체력증진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의 전령인 고로쇠가 제철을 맞았다. 남녘에서부터 채취가 시작된 고로쇠나무 수액이 수도권 지역으로 북상했다. 남양주, 가평 등지에서 이달 말부터 채취가 시작돼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시작한다.

고로쇠 수액은 당분, 미네랄, 칼슘, 마그네슘 성분 함유 

수도권의 고로쇠 채취 원조마을인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역 고로쇠 마을에서는 주금산, 서리산, 축령산, 철마산 일대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다. 수액 채취는 다음 달 말까지 한 달간 이뤄진다. 이 지역에서는 1996년 2월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최초로 고로쇠 수액 채취를 시작했다.

18일 오전 가평군 명지산에서 김종무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도유림관리팀장(왼쪽)과 이상기 가평군고로쇠연합회장(오른쪽)이 고로쇠 나무에 수액 채취를 위해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다. 가평군고로쇠연합회

18일 오전 가평군 명지산에서 김종무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도유림관리팀장(왼쪽)과 이상기 가평군고로쇠연합회장(오른쪽)이 고로쇠 나무에 수액 채취를 위해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다. 가평군고로쇠연합회

수동면에서는 내방, 외방, 수산, 지둔 등 4개 지역 주민 40여명이 4개 작목반을 구성해 지역별로 나눠 고로쇠를 채취한다. 해발 600m 이상 고지대에 자생하는 직경 20㎝ 이상인 고로쇠나무 6000여 그루가 대상이다.

고로쇠 수액 자동 채취 및 수액 정제 살균기 가동 

이 마을에서는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낸 뒤 호스를 산 아래 저장고까지 연결해 수액을 자동 채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편리한 채취와 부패 방지를 위해 고안한 방식이다. 고로쇠 수액 정제 살균기도 가동한다. 섭씨 3∼4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저온저장고도 갖추고 있다.

오창근 고로쇠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올해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채취가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어졌다”며 “하지만 최근 일교차가 커 맛도 달고 영양성분도 우수한 양질의 고로쇠 수액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 달여 동안 총 2만∼3만ℓ의 수액을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고로쇠 수액 판매가격은 9ℓ에 2만5000원, 18ℓ에 5만원이다.

18일 오전 이상기 가평군고로쇠연합회장이 정제살균주입기를 거쳐 정제살균한 고로쇠 수액을 용기에 담고 있다. 가평군고로쇠연합회

18일 오전 이상기 가평군고로쇠연합회장이 정제살균주입기를 거쳐 정제살균한 고로쇠 수액을 용기에 담고 있다. 가평군고로쇠연합회

경기도는 봄철을 맞아 농산촌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도유림 내 고로쇠 수액 무상 채취를 허가했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는 가평군, 양주산림조합, 가평군고로쇠연합회(지역주민)와 이런 내용의 ‘경기도 도유림 보호협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경기도 도유림 경영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8조에 따른 것이다. 농한기 가평·남양주 농산촌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임산물 불법 채취 방지 등을 위해 체결했다.

경기도, 도유림 내에서 지역주민 무상 채취토록 

대상 지역은 전체 도유림 2만5392ha 중 가평군 화악산·명지산, 남양주 축령산 일대의 고로쇠 자생지다. 휴식년제를 적용받지 않은 218㏊의 고로쇠나무림에서 고로쇠 수액을 무상으로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허가 기간은 오는 4월 20일까지다. 해당 지역 고로쇠연합회에 가입한 지역주민만 무상 채취가 가능하다.

이상기 가평군고로쇠연합회장은 “비가열 자외선(UV) 살균기를 도입해 위생적으로 채취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지친 분들의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연에서 많이 얻는 만큼, 산림환경을 보존하는 데도 주민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한기 소득 창출에 도움”

김종무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도유림관리팀장은 “이번 허가로 인해 경기지역 양질의 고로쇠를 일반에 공급하고, 농한기인 봄철에 소득이 없는 지역주민들이 농외소득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목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장은 “과다 또는 불법 채취가 이뤄지지 않도록 남양주시, 가평군 등 지자체와 협조해 철저히 단속하고 채취 후 사후관리를 통해 산림자원을 보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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