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년 스타·기업가, OO 판매로 '인생 2막'

중앙일보

입력 2022.02.19 08:00

“중국 영화감독 장지중(張紀中, 71세), 라이브 방송 중 19.9위안짜리 백주 수만 건 판매.”

신조협려 등 중국 무협 장르 거장뿐만이 아니다. 요즘 중국 연예계 중년 스타들이 라이브 방송 붐을 타고 주류 판매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대만 금종상 최종 후보에 여러 번 올랐던 배우, 장천광(張晨光, 65세)은 첫 라이브 방송 이후 공인이 술을 팔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꿋꿋이 주류를 앞세워 라이브 방송에 나섰다.

중국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콰이서우(快手)와 더우인(抖音)에서 20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판창장(潘長江)은 얼마 전 좡창장주(莊藏醬酒)의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그가 첫 라이브 방송에서 기록한 매출액은 2900만 위안(54억 6244만 원)을 돌파했다.

판창장(潘長江, 사진 오른쪽)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좡창장주(莊藏醬酒). [사진 163.com]

판창장(潘長江, 사진 오른쪽)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좡창장주(莊藏醬酒). [사진 163.com]

중국 중년 스타들의 바이주 판매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마오타이(茅臺) 우량예(五糧液)다.

지난 2020년 6월 8일, 중국의 실력파 중년 배우인 궈타오(郭濤)는 더우인에서 라이브 방송을 펼쳤다. 그가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라이브커머스였다. 궈타오는 당시 라이브 방송에서 2990위안(56만 3196원) 상당의 53도 마오타이를 선보였다.

당시 업계에서 인기 높은 인플루언서 주샤오무(朱蕭木)와 손잡고 진행한 상품인데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명한 마오타이주가 상품으로 등장해 중국 네티즌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었다.

한때 중국판 아마존이라 불렸던 당당왕(當當網)의 창업자인 리궈칭(李國慶)도 바이주 판매에 뛰어들었다. 그는 라이브 방송에 250병의 마오타이를 선보였다. 한 병당 2950위안(55만 4836원)이었던 리궈칭의 마오타이는 수분 만에 매진됐다.

당당왕(當當網)의 창업자인 리궈칭(李國慶)도 바이주를 앞세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 신랑재경]

당당왕(當當網)의 창업자인 리궈칭(李國慶)도 바이주를 앞세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 신랑재경]

셰멍웨이(謝孟偉)는 라이브 방송에서 “마오타이 2병을 사면 우량예 1병을 증정한다”는 말로 시청자들을 유혹했다.

방송 이후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며 ‘짝퉁’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붙기도 했다. 마오타이와 우량예는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도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명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들이 판매한 술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이었다. 상표는 ‘마오타이’나 ‘우량예’로 고가에 팔리는 명주와 같지만 실제 들어가는 원료 출처와 제조 공장이 다른 셈이다.

중국 시장감독관리국은 셰멍웨이의 방송과 같이 수많은 라이브 방송에서 이 같은 OEM 바이주가 주력 상품으로 선보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CBN Data]

[사진 CBN Data]

OEM 바이주, 中 라이브 방송서 중년 스타와 종종 등장

OEM 바이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짝퉁 논란이 이는 와중에도 라이브 방송 중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다. 오히려 바이럴 효과 덕분에 라이브 방송에 등장할 때마다 꾸준히 화제가 되어왔다. 이 때문에 2030세대의 시야에서 멀어진 중년 스타나 전(前) 유명 기업 임원들의 라이브 방송 진출 도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량예의 OEM 상품은 셀 수 없이 많아 라이브 방송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100여 종의 OEM 상품을 보유했던 탓에 일부 우량예 브랜드 상품은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명주’에 ‘스타’라는 쌍끌이 효과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종종 네티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중국 배우 위전(于震)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바이주를 홍보할 때 “(이 술은) 원래 수출용 고급 바이주였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여의치 않아 내수용으로 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리스털로 된 병에 담긴 10만여 위안 상당의 바이주를 단돈 158위안(2만 9647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해, “말하는 것 모두 다 과장”이라며 중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다소 허황된 광고 멘트가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다.

[사진 CBN Data]

[사진 CBN Data]

숱한 논란에도 바이주 업계에서는 여전히 중년 스타를 앞세우고 있다. 중국 CBN Data에 따르면 이러한 트렌드는 80년대 말 바이주가 시장화된 이후, 유명 바이주 브랜드가 천다오밍(陳道明), 류예(劉燁) 등 ‘국민 배우급’ 중년 스타를 잇따라 홍보 모델로 선정한 때부터 시작됐다.

유명 감독들도 이러한 추세에 가담한다. 중국의 거장이라 불리는 천가이거(陳凱歌) 감독은 양사오궈타오(仰韶國陶)를,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은 진젠난(金劍南) 등 바이주 브랜드의 홍보 모델로 활동했다.

중국의 ‘국주’라 불리는 마오타이는 2015년 영화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長城)〉 상영 당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맞춤 제작 마오타이주’를 선보여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진 茅酒管家 바이자하오]

[사진 茅酒管家 바이자하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연예계에서 바이주 모델을 하는 것은 중년 스타들의 ‘흥행 보증 수표’로 자연스레 정착됐다. 여기에 콰이서우, 더우인 등이 새로운 홍보 채널이자 판매 채널로 부상했다. 덕분에 중국의 중년 스타들도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서 라이브커머스를 발판 삼아 2030세대까지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 전(前) 임원들, 바이주 사업으로 ‘인생 2막’ 기대

중국의 중년 스타들이 다양한 업종 중에서도 ‘바이주 판매’에 열 올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바로 ‘막대한 이윤’. 심지어 중국 유명 기업의 전직 임원이었던 사람들은 직접 주류 업계로 뛰어들어 창업하기도 한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중국 유명 기업 간부들 사이에서 최근 수년간 바이주 생산이 뜨고 있다. 우선 2014년, 레노보(Lenovo·聯想) 출신의 왕웨이(王為)는 바이주 제조업체인 한커(酣客)를 설립했다.

[사진 CBN Data]

[사진 CBN Data]

왕웨이는 “회사 이사장이 아닌, 양조업자라 불러달라”며 이름뿐인 수장보다는 바이주 생산에 주력하는 대표가 되겠다는 다짐을 내보였다. 그만큼 바이주 제조에 ‘진심’임을 홍보한 셈이다.

펑파이(澎湃)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커의 연간 매출은 20억 위안(3755억 60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언론인 주진싱(朱金星)도 또 다른 바이주 브랜드인 천허우(陳厚)를 설립했다. 이는 한커 창업자인 왕웨이의 권유로 말미암은 창업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보다 더욱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크호스’도 있다. 레노버 스마트 디지털 부문 사장이었던 장촨쭝(張傳宗)은 2015년 5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여 만 위안의 초기 자본으로 쓰스주팡(肆拾玖坊·Forty-nine union)을 설립했다.

이듬해 레노보 임원이었던 류쥔(劉軍)을 영입, 빠르게 성장 가도에 올라탄다. 이후 류쥔은 다시 레노보의 품으로 돌아갔으나 쓰스주팡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쓰스주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의 연간 매출(2020년 7월 1일~2021년 6월 30일 기준)은 20억 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샤오미도 바이주 사업에 진출한 지 오래다. 샤오미 임원 출신인 류페이(劉飛)는 2017년 구샤오주(谷小酒) 브랜드를 설립, 샤오미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라이브 방송 시작 90분 만에 1000만 위안(18억 7970만 원)의 매출을 달성,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기록해 주목받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이 업계를 뛰어넘어 주류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은 얼마 전 서부 대개발과 관련해 “장향형 바이주의 원산지인 구이저우(貴州)의 지역 장점을 적극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바이주 업계와 지역 개발 차원 양쪽 모두에서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정부 지원에 대해 암시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도 “젊은 층과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다원화·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저도수 바이주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주류 제조 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육성하고 (중국) 문화와 브랜드 특색을 충분히 살린 제품을 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힘입어 더 많은 중년 스타(혹은 기업가)가 바이주 업계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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