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둔둔 대란'은 中 조작? 해외언론이 찾은 섬뜩한 SNS [세계 한잔]

중앙일보

입력 2022.02.19 05:00

※[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사상 보기 드문 업적을 달성했다. 실패작이 아닌 완전한 마스코트를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베이징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氷墩墩)'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얼음으로 만든 전신 보호복을 입은 판다인 빙둔둔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3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마스코트 빙둔둔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3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마스코트 빙둔둔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품절 대란에 공장 3곳에 추가 주문 

빙둔둔을 활용한 굿즈는 중국 전역의 162개 올림픽 기념품 공식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빙둔둔을 사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새 접이식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베이징 매장에선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인 20㎝ 길이의 빙둔둔 인형(약 3만원)은 동났다. 품절 대란이 일어나면서 조직위는 3개 공장에 주문을 더 넣었고, 최소 6월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신화통신은 산시증권사 분석을 인용해 빙둔둔 굿즈를 비롯한 올림픽 라이선스 제품 판매 수익이 25억 위안(약 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기가 치솟자 중고 시장에서 가격이 10배 넘게 올랐다. '짝퉁 빙둔둔'까지 등장하고 있다.

"빙둔둔 해시태그, 계정 20% 지난달 개설"  

빙둔둔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다른 시각도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의 빙둔둔 해시태그 3만개를 분석한 결과, 계정의 20%가 지난달, 15%가 지난해 열린 것이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중국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봇계정(자동으로 글을 올리거나 팔로어 수를 늘려 영향력이 큰 것처럼 보이게 하는 허위 계정)"이라면서 "개회식, 신장 위구르족 등의 주제보다 빙둔둔을 더 많이 언급하게 해 중국의 인권 문제 비판을 덮고 있다"고 꼬집었다. WSJ는 "중국 검색 포털사이트 바이두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초 개회식부터 갑자기 빙둔둔 검색이 늘었다"고 했다. 올림픽 기념품 매장 직원들도 "지난 1년 동안 판매량이 부진했던 빙둔둔 굿즈에 관심이 갑자기 급증했다"고 전했다.

16일 빙둔둔 굿즈를 사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 기념품 매장 앞에 서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16일 빙둔둔 굿즈를 사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 기념품 매장 앞에 서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공식 마스코트 26개 중 18개가 동물 

올림픽에서 마스코트는 대회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72년 뮌헨 여름올림픽에서 공식 마스코트를 처음 채택했다. 주로 주최국을 상징하는 친숙한 동물이 사용됐다. 이번 대회까지 26번의 여름·겨울 올림픽에서 동물 마스코트는 18개였다. 나머지 8개는 별, 얼음, 어린이, 상상 캐릭터 등이었다.

마스코트는 인형, 옷, 열쇠고리, 마그네틱 등 다양한 제품으로 제작돼 조직위 라이선스 수입에 기여했다. 여름올림픽 중에선 2008년 베이징 대회가 라이선스로 1억6300만 달러(약 1950억원)를 벌었다. 당시 마스코트가 무려 5개나 됐는데, 그중 판다도 있었다. 겨울올림픽에선 2018년 평창 대회가 7900만 달러(약 946억원)로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했다. 평창 마스코트 수호랑(백호), 반다비(반달곰) 인기도 뜨거웠다. 2017년 초부터 1년간 95만개 넘게 팔렸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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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던 '눈표범', 푸틴 지지로 마스코트

전 세계의 이목이 올림픽 마스코트에 집중되면서 선정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마스코트는 2011년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 대상 문자 투표로 선정했다. 당시 마스코트 후보가 9개였다. 투표 전 모의로 한 인터넷 여론 조사에서 러시아식 산타클로스인 데드모로즈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당시 러시아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이 눈표범 마스코트를 선호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공식 투표에서 눈표범이 메인 마스코트로 선정됐다. 러시아 정치지리학자 드미트리 오레슈킨은 에코 오브 모스크바 라디오 인터뷰에서 "눈표범 표가 갑자기 많이 나왔다. 문자 투표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후계자'로 불렸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과연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한 결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대통령이 눈표범을 안고 있다. 오른쪽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메인 마스코트 눈표범.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대통령이 눈표범을 안고 있다. 오른쪽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메인 마스코트 눈표범. AP=연합뉴스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에선 "올림픽이 열리는 지역 부근인 카프카스 산맥에는 눈표범이 서식하지 않는다"며 푸틴의 취향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마스코트 중 북극곰이 선정됐는데, 러시아 연방의회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장은 "북극곰이 푸틴 총리가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엠블럼과 너무 똑같다"고 비판했다. 잡음이 있던 탓인지 소치 올림픽 라이선스 수익은 3500만 달러(약 419억원)로, 이전 밴쿠버 겨울올림픽 수익(약 610억원)의 70%에 그쳤다.

88올림픽 '호돌이', 켈로그서 표절 시비 

켈로그의 토니 주니어 캐릭터(왼쪽)와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사진 켈로그,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

켈로그의 토니 주니어 캐릭터(왼쪽)와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사진 켈로그,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는 표절 시비가 있었다. 미국 식품회사 켈로그는 호돌이가 자사 캐릭터인 토니 주니어(켈로그의 메인 캐릭터인 토니 더 타이거의 아들)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캐릭터 사용을 중단하라고 했다. 호돌이를 만든 김현 디자이너는 "두 발로 서서 한손을 들고 있는 포즈가 같다고 표절이라고 하더라. 조직위에서 그 포즈는 다 사용할 수 있다고 설득해서 사용하게 됐다. 그런데 이 뉴스가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켈로그 홍보가 엄청나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켈로그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 공기소총 남자 10m 결승에서 우승한 진종오가 공식 마스코트 웬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 공기소총 남자 10m 결승에서 우승한 진종오가 공식 마스코트 웬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 마스코트 '웬록'은 인기가 없어 조직위 관계자들의 속을 태웠다. 웬록은 첨단 기술을 형상화한 금속 소재의 외눈박이였다. 모두를 비추고 모두의 눈이 되겠다며 카메라 렌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그런데 낯선 모습이어서 그런지 당시 런던 시내를 돌며 홍보하자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도망갔다고 한다. 영국 유명배우 이완 맥그리거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영국의 예술적인 전통에 비춰볼 때 외눈박이 괴물은 나를 슬프게 한다" 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런던 올림픽 라이선스 수익은 1억1900만 달러(약 1424억원)로 직전 베이징 대회보다 4400만 달러(약 526억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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