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대선때까지 '6명 10시'…당국, 이상한 2차 회식 배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2.19 05:00

업데이트 2022.02.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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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달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영업시간 1시간 연장했지만

오늘부터 식당 영업시간이 저녁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늘어난다. 유흥시설·카페·노래방·목욕탕·헬스클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18일 9시로 제한한 이후 두 달 만이다. 당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45일 만의 유턴(U-turn)이었다.

지난 두 달간 거리두기 완화 압력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는데 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지난달 17일 사적모임 인원만 4명에서 6명으로 풀었고, 오후 9시 제한은 철옹성처럼 사수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오후 9시에 식당이 끝나면 소위 '차수 변경'이 쉽지 않다. 오후 6시 회사를 나서 6시 30분에 저녁을 시작하면 일러야 오후 8시 끝난다.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맥주 한 잔'을 더 하기에는 빠듯하다"며 "오후 10시로 늦추면 2차 가기가 쉬워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에 9시 제한을 완화한 게 의미 있는 조치라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기일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8일 브리핑에서 "17일 일상회복위원회 회의에서 많은 의견이 있었다. 정점을 지나서 완화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대표는 '거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최소한도에서 조정했다"며 "조금이라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보탬이 되도록 내일(19일) 바로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 통제관은 "고심 끝에, 심사숙고 끝에 불가피하게 최소 범위에서 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생각과 달리 곳곳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상당수 방역 전문가는 "오미크론 정점이 오지 않았는데 완화라니"라고 성토한다. 자영업자는 "달라진 게 없는데 생색만 낸다" "12시로 확대해라"고 코웃음 친다. 반면 "제발 9시를 유지해 달라. 일찍 집에 가고 싶다"라는 직장인의 하소연도 들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14일 보도자료에서 "시간제한이 인원 제한보다 (확산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적모임 8명, 영업제한 10시'로 풀면 '4명 9시' 유지의 두 배로 확진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지난달 17일 사적모임 인원 제한 완화(4명→6명)만 시행했다.

지난해 연말 오후 9시30분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져 있다.뉴스1

지난해 연말 오후 9시30분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져 있다.뉴스1

방역 당국은 설 연휴 직후부터 '양손 플레이'를 해왔다. 오른손은 거리두기 완화 카드를, 왼손은 '그런 일은 없다'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전자는 김부겸 총리, 후자는 정은경 질병청장이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주된 기조는 "오미크론이 정점으로 올라가는 시점에 완화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인 듯했다.

방역은 과학이자 고도의 정책 판단 영역이다. 오미크론은 델타와 크게 달라서 확진자가 10만명으로 폭증했는데도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영업시간 완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 대선을 앞둔 정치적 판단이 조금이라도 개입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거리두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주 단위로 시행했다. 다만 설 연휴 때문에 3주 단위로 시행했다. 이번 대선은 설 연휴와 성격이 다른 데도 '6명 10시'를 3주간 적용한다. 대선이 들어있는 주의 일요일까지 적용한다. 금과옥조(귀하게 여기는 규정)로 여겨온 9시 제한을 푼 게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기일 통제관은 18일 "지금까지 2주로 (시행)해 왔다. 사실은 유행의 정점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마 2월 말~3월 초 정점에 도달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평가이다. 그래서 다음 조정을 위해 정점을 어느 정도 관찰할 필요가 있어 3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집권당에도 환영받지 못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8일 유세현장에서 "이렇게 (유세현장에) 다 모여도 상관없는데, 식당에서 6명 이상이 오후 10시 이후 모이면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3차 접종까지 했으면 밤 12시까지 영업해도 아무 문제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 정부를 받쳐온 'K 방역'이 이래저래 난타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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