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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대통령이라 영광" 전쟁난다는 날 최전선 장병 찾았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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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국군통수권자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가는 날이라고 밝힌 16일이 지나갔다. 양국의 국경 지대에선 군사적 긴장감이 여전히 높지만, 전쟁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17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최전선의 전초를 찾아 군 장병을 격려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우크라니아 대통령실

17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최전선의 전초를 찾아 군 장병을 격려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우크라니아 대통령실

우크라이나는 16일을 ‘단결의 날’로 정했다. 곳곳에서 집회를 열어 국민의 항전 의지를 다지자는 의도에서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전선 마리우폴 방문이었다.

마리우폴은 돈바스의 요충지다. 2014년 크림 사태 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반군으로부터 이 도시를 지켜냈다. 16일 러시아의 침공이 일어났더라면 러시아가 반드시 공격할 지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의연하게 마리우폴을 찾아 최전선의 군 장병을 격려했다. 그는 이런 연설을 했다.

“우리는 어떤 예측도, 어떤 민족도, 어떤 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날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2월 16일, 17일, 아니 3월, 4월, 9월, 12월이 되더라도 나라를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날짜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연도는 중요하다. 올해는 2022년이다. (러시아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한) 2014년이 아니다. 이게 중요한 차이다. 전쟁은 8년간 이어졌고, 그러면서 우리는 그만큼 더 강해졌다.”

우크라이나를 지킨 군 장병을 치켜세웠다.

“당신들이 없었더라면 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당신들이 없었더라면 국토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땅에서 자유는 사라졌을 것이다. 당신들이 없었더라면 미래의 희망도 뺏겼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연설을 맺었다.

“우리는 함께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평화롭고 행복한 우크라이나를 함께 만들 것이다. 지금 여러분의 대통령인 게 너무나도 영광스럽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코미디언이었다. 정치 풍자 시트콤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2019년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연소(41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날만큼은 그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쏵 빠졌다. 측근을 요직에 앉히고, 정적을 내치면서 국민의 기대를 져버렸다는 평가도 쏙 들어갔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 가까이 진군하던 지난해 8월 15일 엄청난 재물을 갖고 해외로 도주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전혀 다른 행보였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면서 국군통수권자다. 통수권자는 군의 최고사령관으로 군에 명령을 내리는 지위다. 그렇다고 직접 작전을 짜거나 전투를 지휘하는 게 아니다. 군 지휘부의 보좌를 받아 군사적 결정을 내린다.

대한민국은 다음 달 9일 새로운 통수권자를 선택한다. 새 통수권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처럼 위기 앞에서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 또는 가니 전 대통령과 같이 국가와 국민을 저버릴 수 있다. 신중하고 현명하게 투표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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