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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하종현 ‘배압법’ 단색화의 진화, 한결 풍성해졌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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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호 19면

하종현의 ‘접합 21-51’

하종현의 ‘접합 21-51’

한국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 작가의 개인전 ‘Ha Chong-Hyun’이 2월 15일부터 3월 13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장, 서울시립미술관장 등을 역임한 그는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유명하다. 캔버스 대신 틀에 고정시킨 마대 뒷면에 물감을 밀어 넣어 색의 흔적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시절, 값싼 마대를 구입해 캔버스로 활용했던 게 시작이다. 마대 뒷면에 물감을 칠하고 도구를 사용해 눌러서 문지르면 마대의 올마다 굵기가 다르고 누르는 힘의 세기 또한 달라 앞면에는 생각지도 못한 문양이 배어나온다. 일명 ‘배압법’이다. 이걸 또 다시 도구로 문지르면 하 작가만의 세계가 탄생한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배압법을 이용해 천착해온 기존의 ‘접합’ 연작과 함께 다채색의 ‘접합’ 그리고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새로운 방법의 ‘이후 접합’ 연작 등 하 작가의 작업세계를 일괄한 자리다. 다채색의 ‘접합’ 신작에선 캔버스 뒷면에서 만들어진 작가의 붓 터치와 함께 흰색이 섞인 색의 그러데이션이 강조됐다. 기존 ‘접합’ 연작에서 기왓장이나 백자를 연상시키는 한국적인 색상이 주로 사용됐다면, 다채색의 ‘접합’ 신작에선 일상적인 밝은 색상이 도입돼 현대적으로 다가온다.

‘이후 접합’ 연작에서는 나무 합판을 활용했다. 일정 크기의 얇은 직선으로 자른 나무 조각을 일일이 먹이나 물감을 칠한 캔버스 천으로 감싼 후 틀에 나열하되, 하나의 나무 조각을 배치하고 바로 옆 가장자리에 물감을 짠 다음 다른 나무 조각을 붙이는 식이다. 물감이 눌리며 나무 조각 사이로 스며 나와 조각적인 요소가 부각됐다. 회화의 무한 가능성 연구에 매진했던 87세 노 작가의 새로운 에너지를 목도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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