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한재동의 아빠는 밀키트를 좋아해(9)
짜장면
영상이 식욕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처음 먹방이라는 장르가 생겼을 무렵 보다 보니 잃었던 밥맛이 돌아왔다는 인터뷰를 본 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내가 먹는 게 중요하지 남이 먹는걸 왜 보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사실 내게는 예전부터 남이 먹고 있으면 참지 못하고 기어코 먹게 되는 음식이 2개 있다. 첫 번째가 라면이고 두 번째가 짜장면이다. 무한도전, 1박2일 등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이 전성기일 때 강호동이 라면을 크게 한 젓가락 입에 넣거나 정준하가 짜장면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장면에서는 참지 못하고 냄비에 물을 끓이거나 중국집에 전화하고 말았다.
![짜장면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시켜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서민 대표 음식이다. [사진 면사랑홈페이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8/46b3c7bc-0c84-4350-9aab-ffcc2c044b5f.jpg)
짜장면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시켜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서민 대표 음식이다. [사진 면사랑홈페이지]
짜장면을 무슨 밀키트로 먹느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면 어디서나 간단히 시켜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서민 음식의 대표 명사격으로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밤중에도 영화 ‘기생충’으로 글로벌 유명세를 가지게 된 짜장라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밀키트를 구매하게 된 것은 배달앱이 보편화된 후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그릇만 배달시켜 먹기는 어려워졌고, 한우를 넣은 짜장라면이라도 짜장면의 풍부한 소스를 재현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깊은 밤 TV에서 짜장면을 맛깔나게 먹는 장면을 보게 되는 비상 상황을 상상해보자. 물론 언감생심 짜장라면으로 달랠 수도 있다. 하지만 양파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차진 짜장면을 먹기 위해서는 밀키트가 필요했다. 과연 밀키트 안에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다져진 양파와 돼지고기가 들어있었다.
짜장면 밀키트 조리법

① 끓는 물에 면을 넣고 3분 50초간 삶은 후 체에 밭쳐 찬물에 헹군다
② 강한 불에 동봉된 향미유를 넣고 돼지고기를 2분간 볶는다
③ 팬에 양파, 호박을 넣고 2분간 더 볶는다
④ 짜장 소스를 넣고 1분간 골고루 섞으며 볶는다
⑤ 뜨거운 물에 데친 면을 그릇에 담고 소스를 담아주면 완성
보통의 밀키트는 채소들이 잘 다듬어져 있더라도 씻어서 먹으라는 문구가 있기 마련인데, 짜장면의 경우 양파와 주키니호박을 별도로 씻을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다만 면을 삶을 때 물이 자꾸 넘쳤는데, 레시피에 친절하게도 면을 삶을 때 찬물을 조금씩 넣으라는 셰프의 팁이 적혀있었다. 돼지고기는 레시피대로 2분을 강한 불에 볶으면 거의 타는듯해 걱정했지만, 막상 완성되었을 때 식감이 좋다고 느꼈다.
면도 두툼해 정말 중국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짜장면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것 같다. 다만 2인분이라고 했는데, 막상 짜장면 곱빼기 정도의 양이었다. 더욱 아쉬운 건 동봉된 단무지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요즘은 자차이를 주는 곳도 많다지만 라면에 김치가 단짝이듯 짜장면에는 역시 단무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짜장면 밀키트는 면도 두툼하고 고기도 충분해 배달시켜 먹는 짜장면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 [사진 한재동]](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8/0c5f5d34-0a9d-49f8-962c-6d2c2fd71dd3.jpg)
짜장면 밀키트는 면도 두툼하고 고기도 충분해 배달시켜 먹는 짜장면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 [사진 한재동]
새로 생긴 유명호텔 중식당에 5만 원이 넘는 짜장면을 판매한다고 해서 화제다. 트러플오일과 최고급 한우가 들어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도 자랑섞인 인증샷과 유튜버들의 리뷰가 있지만,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저 돈이면 우리 동네 중국집 짜장면이 몇 그릇일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짜장면이라는 음식에 기대하는 것이, 최고급 식자재를 쏟아부어 만든 고급스러움이 아니라서 인 것 같다. 당구장에서 내기에 이겨서 얻어먹는 짜장면, 이삿짐을 나르고 방바닥에 주저앉아 먹는 짜장면, 그 옛날 졸업식을 마치고 먹었다는 짜장면 등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짜장면은 사실 맛보다는 장소와 상황에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