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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침공 시나리오 공개…"우크라 전역 폭탄 투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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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각본을 단계별로 상세하게 열거했다. 정보를 미리 공개해 침공을 막겠다는 의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일정을 미루고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평화와 안보에 대한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곧 닥칠 듯한 공격”이라며 자국이 가진 정보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보는 향후 며칠 내에 지상군과 항공, 선박을 포함한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공격을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시사한다”라고 발언, 이날 미국 지도부에서 일제히 나온 침공 경고에 가세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몇 달간 러시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5만 명이 넘는 병력을 집결해 왔다”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크림반도를 거론했다. 러시아의 병력 일부 철수 주장에 관해서는 “우리는 현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라면서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세계가 예상할 수 있다며 “사실 이는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 러시아는 전쟁의 길을 걸어가고 군사 행동의 위협을 재개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공격의 구실을 지어내려 한다”라며 러시아가 폭력적인 사건을 지어내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거나 러시아 영토 내 폭탄 테러가 날조될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러시아 측의 돈바스 지역 내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 학살)’ 주장을 두고는 “우리가 가볍게 여기지 않는 개념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제노사이드와 관련해 자신의 가족사도 거론했다. 그의 양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러시아 언론이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전쟁을 정당화하려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고도 했다. 이 밖에 러시아 정부가 보여주기식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우크라이나 내 자국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는 식의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단계를 거쳐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며 “러시아의 미사일과 폭탄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가로막히고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핵심 기관이 차단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후 러시아의 탱크와 군인이 인구 280만 명이 모인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내 핵심 목표를 향할 수 있다는 게 블링컨 장관의 주장이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우크라이나 내 특정 집단이 러시아의 표적이 되리라는 정보도 입수했다고 했다.

이날 발언은 러시아가 향후 취할 수도 있는 조치를 매우 상세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아는 바를 세계와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러시아가 전쟁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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