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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주동자 아니다… 4년 전 눈물 씻고 웃으면서 올림픽 달릴 김보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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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눈물 흘린 김보름. [연합뉴스]

2018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눈물 흘린 김보름. [연합뉴스]

4년 전의 아픔은 이제 씻어냈다. 김보름(29·강원도청)이 세 번째 올림픽에서 힘찬 레이스를 준비한다.

김보름은 중2 때 빙상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의 꿈은 컸다. 같은 대구 출신인 2006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가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다는 게 쉽진 않았고,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신의 한 수'였다. 2014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고,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큰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쇼트트랙과 비슷하게 순위를 가리는 매스 스타트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김보름은 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메달을 따내며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그리고 평창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메달이란 꿈을 이뤘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박수가 아닌 싸늘한 시선이었다.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 때문 이었다. 앞서 열린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동료 노선영을 일부러 뒤처지게 했다는 오해를 샀다. 대회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통해 의도적인 왕따는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이미 비난의 화살은 김보름을 향한 뒤였다.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뒤 빙판에 엎드려 큰절을 했지만 그의 표정은 너무나 어두웠다.

올림픽으로 떠나기 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밝게 웃은 김보름. 강정현 기자

올림픽으로 떠나기 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밝게 웃은 김보름. 강정현 기자

김보름은 이후 정신적인 충격으로 힘들어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금빛 머리'도 하지 않았다. 심리치료를 받으며 이겨내고,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졸라맸지만 쉽진 않았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 감각이 떨어지는 바람에 올 시즌엔 매스스타트 월드컵 랭킹 8위에 머물렀다. 올림픽 출전권도 매스스타트 밖에 따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일 베이징에 입성해 보름 넘게 매스스타트 경기를 준비했다.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보름은 "선배 노선영에게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폭언·욕설 등 괴롭힘을 당했고, 평창 올림픽 당시 노선영의 허위 주장으로 국민적 비난에 시달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노선영의 행위로 평판이 훼손돼 의류 브랜드 협찬 계약 연장이 무산됐고, 그 외 광고도 무산돼 3억원 넘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총 2억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노선영이 폭언, 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7년 11월 이전 폭언은 소멸시효가 지났고, 명예훼손으로 인한정신적 손해 배상 청구도 기각됐다. 하지만 김보름의 억울함은 입증됐다. 김보름은 위자료 3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김보름은 17일 자신의 SNS에 4년 전 울고있던 사진을 올리며 "2018년 2월 24일. 내 몸은 내가 노력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4년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에서, 재판을 시작하게 됐고,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평창. 이제 진짜 보내줄게. 안녕, 평창 잘 가"라고 글을 맺었다.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훈련하는 김보름. 베이징=김경록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훈련하는 김보름. 베이징=김경록

김보름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에게 주어진 딱 한 번의 기회다. 김보름은 "어머니가 '한 명이라도 너를 응원하면 달려야 한다. 엄마가 응원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각오를 다졌다. 4년 전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이번엔 김보름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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