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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 北스커드 고각발사…서울 상공 70㎞ 터지면 벌어질 일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년 전 이맘때였다. 2014년 2월 27일 김정은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 4발을 동해상으로 고각발사를 했다. 비행거리는 약 200㎞였다. 이후 2017년까지 4년 동안 단거리(스커드)와 준중거리(스커드-ERㆍ노동) 탄도미사일을 최소 17회 30여발 이상을 쐈다.

2016년 9월 5일 북한은 황해도 황주에서 노동미사일 3발을 쐈다. 조선중앙TV 캡처

2016년 9월 5일 북한은 황해도 황주에서 노동미사일 3발을 쐈다. 조선중앙TV 캡처

1980년대 북한이 최초로 실전배치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최대로 발사한 사례다. 북한이 보유한 총 1000여 발의 미사일 중 700여 발이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이며, 한국과  주한ㆍ주일미군을 공격하려는 주력 미사일이기도 하다.

이 같은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은 핵무기를 소형화한 뒤 장착하기 가장 용이한 미사일들이다. 두 미사일 모두 핵탄두 장착이 용이한 적정 탄두중량(700~1000㎏)과 탄두직경(70~90㎝)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집권 초기 집중적으로 발사했던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의 위협은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와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은 면 때문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첫째, 김정은은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통해서 이미 배치한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소형화했다. 북한 공식매체에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주장은 바로 3차 핵실험 당일 처음으로 등장했다. 1년 후 2014년 미국 국방정보국(DIA)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연합사령관은 북한이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를 소형화했다고 주장했다. 미군 정보기관과 연합사령관이 북한 핵무기가 소형화됐다고 직접 확인해 준 것이다.

2016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를 살펴보고 있다. 이 물체는 단거리탄도미사일에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2016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를 살펴보고 있다. 이 물체는 단거리탄도미사일에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둘째,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한 김정은은 2017년까지 전략군 예하 스커드ㆍ노동 미사일 기지를 10여 차례나 불시에 방문했다. 북한 매체는 당시 “(김정은이)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해 목표지역 설정 고도에서 핵전투부를 폭발시키는 사격방법과 선제타격하는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의 동작특성을 점검했다”면서 “핵탄두 취급질서를 엄격히 지키고 항시적인 발사 상태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스커드ㆍ노동 미사일 발사로 가상 핵투발 능력을 직접 점검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셋째, 북한은 이렇게 (가상) 핵무기를 탑재한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을 작전 임무에 따라 각각 상이한 목표까지의 실거리에 맞게 발사각도를 조정하는 사격술을 향상시켰다. 북한의 전략적 중심(重心)은 한국 수도권의 마비다. 대량살상이 가능한 수도권의 취약점과 한ㆍ미동맹의 미사일 방어 체계의 허점을 공략하는 고각발사 핵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종합해본다면 첫째, 북한은 한ㆍ미의 하층방어체계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의 취약점을 파고들려고 했다. 핵무기를 탑재한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하강속도가 마하 10 이상으로 빨라진다. 그런데 패트리엇은 마하 8 이상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힘들다.

둘째, 수도권 상공 60~70㎞ 지점에서 핵폭발을 일으킨다면 전자기ㆍ펄스(EMP) 공격으로 전자제품을 망가뜨릴 수 있다. 북한이 수도권을 EMP 공격하려 할 때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의 고각발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근거다. 실제로 북한은 2017년 9월 3일 마지막 6차 핵실험 직후 핵폭탄을 고공에서 터뜨려 초강력 EMP 공격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은 한ㆍ미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수도권 지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당장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의미다. 북한은 핵무기를 장착한 스커드ㆍ노동 미사일로 수도권이나 최첨단 F-35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비행장,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기지를 고각사격으로 타격하려면 평양 이북의 북ㆍ중 국경지역에서 발사할 것이다. 거리상 수도권 북쪽 상공에서부터 정점고도를 지나 하강하면서 목표지역에 떨어지게 돼 있다.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기지의 미사일 발사대. 국방부 영상공동취재단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기지의 미사일 발사대. 국방부 영상공동취재단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의 고각발사 공격을 막으려면 고고도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 체계는 사거리(최대 200㎞) 한계 때문에 수도권까지 방어할 수 없다.

사드 체계와 같은 중층방어체계를 시급하게 추가로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은 물론 신형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김정은에게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오판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날 경우 이를 선제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도 김정은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이 감히 핵무기로 우리를 협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전략적 억제는 이런 능력과 의지에서 시작한다.

진정한 평화는 힘에 의한 억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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