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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 겁나"…中 밥상물가 0.9% 오를 때 韓 35%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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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코로나19 이후로 한국 밥상 물가는 35%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 밥상 물가 상승률은 각각 11.3%, 0.9%에 불과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이후로 한국 밥상 물가는 35%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 밥상 물가 상승률은 각각 11.3%, 0.9%에 불과했다. [중앙포토]

흰쌀밥·김치·된장국·달걀부침 등으로 구성된 한국인의 밥상 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미국·중국 밥상 물가 대비 3~39배 더 많이 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농산물 수출입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데다 국내 생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이후로 35% 상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7일 농축산물 무역거래 플랫폼 트릿지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언한 2020년 1월 말 이후로 한국의 밥상은 34.8% 비싸졌다. 같은 기간 미국(11.3%), 브라질(16.9%), 중국(0.9%) 밥상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 밥상 물가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민영양통계(KHIDI)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한 음식인 흰쌀밥·김치·된장국·달걀부침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이 음식의 주재료인 쌀·마늘·양파·감자·마른고추·흰콩·배추의 가격을 지수화했다.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흔히 먹는 밥상 메뉴로 맥앤치즈·햄버거·타코·샐러드가 꼽혔고, 중국은 군만두·토마토 달걀 볶음·두부 조림·브로콜리 볶음·달걀 볶음밥을 기준으로 물가 지수를 산출했다. 트릿지 관계자는 “주요국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 중 가격 변동성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마늘·배춧값 1년 만에 36%, 21% 뛰어  

코로나19 이후 각국 밥상 물가가 오른 이유는 이상기후·물류대란으로 주요 식재료의 생산·공급량은 줄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족’이 증가해 집밥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천진우 트릿지 연구원은 “한국의 농산물 수출입은 다른 나라보다 자유롭지 않은 편”이라며 “미국, 브라질 등 시장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특정 상품의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르더라도 대체품이 있어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밥상 재료는 주로 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체품을 찾기 쉽지 않아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마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1%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134.7% 뛰었다. 마늘이 자라는 4~5월에 내린 잦은 비로 인해 생장이 촉진되어 ‘벌마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벌마늘은 상품성이 낮아 대부분 폐기되기 때문에 공급량을 낮춰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된다.

배추 가격도 1년 만에 21.4% 상승했다. 지난해 가을장마 등의 영향으로 배추 무름병이 퍼져 수확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배추 가격 폭락으로 밭을 갈아엎은 농가가 많아 배추 재배 면적 역시 크게 줄었다.

아울러 농산물의 생산 비용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 경영에 필요한 물품의 가격인 농가구입가격 지수는 지난해 기준 111.1로 전년 대비 4.7% 상승했다. 영농과열비(24.7%), 사료비(11.2%), 노무비(8.9%) 등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식은 조리 시 필요한 재료의 대체품을 찾기 어려워 가격이 안정화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중앙포토]

한식은 조리 시 필요한 재료의 대체품을 찾기 어려워 가격이 안정화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중앙포토]

“장바구니 채우다 손 떨려"

치솟는 물가에 주부들은 장보기 겁난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모(61)씨는 “배추, 고춧가루 가격이 아무리 오른다 해도 김치를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장바구니에 하루 치 먹거리만 담아도 10만원이 훌쩍 넘어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의 주부 박모(50·서울 강동구)씨는 “지난해는 가격이 많이 오른 건 제외하고 장을 봤는데 올 들어서는 예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 무조건 할인이 많이 되는 고기와 채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일부 품목만 가지고 밥상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일반화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절대적 가격이 아니라 추세를 파악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한국 밥상이 일률적으로 미국 밥상보다 비싸다는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며 “주요국의 밥상 물가를 나타내는 항목의 분류를 보다 정교화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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