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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점퍼 벗어던진 이재명…당색 지워내고 중도층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김상선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김상선 기자

17일 정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는 파란색 점퍼를 입은 군중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이재명”을 연호하자 검은색 코트에 흰색 목폴라 셔츠를 받쳐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나타났다. 유세차에 오른 그는 마이크를 쥐고는 다소 쉰 목소리로 “여러분의 열망이 3월 9일에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거대한 용암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 옷차림 가운데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 드러난 것은 코트 안으로 살짝 보이는 파란 목도리뿐이었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에는 파란 목도리도 매지 않았다. 그는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진 유세에서 검은색 양복에 짙은 남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매고 연설에 임했다. 이 후보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앞 유세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파란 목도리를 건네고 나서야 이를 목에 둘렀다. 이 후보 캠프 인사는 “이 후보가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유세에 나서는 것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려는 의도”라며 “상징색은 목도리 같은 소품으로 은근히 드러내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어퍼컷' 세리머니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어퍼컷' 세리머니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당색보다는 ‘인물’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던 그는 16일부터는 이를 벗고 유세에 임하고 있다. 윤 후보는 17일 오후 성남 분당 유세장에서도 검은색 패딩점퍼를 입은 채 나타났다. 전날 둘렀던 빨간색 목도리도 이날은 두르지 않았다.

유세차에 올라선 윤 후보는 “부정부패를 묵살한 사람과 그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정당이 또 5년간 국정을 끌어가면 되겠느냐”며 이 후보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 캠프 인사는 “후보의 진중함과 중후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점퍼를 벗고 양복을 입은 것”이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운동원 사망을 애도하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 앞 출정식에서 양복을 입은채 지지자에게 엄지를 내세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 앞 출정식에서 양복을 입은채 지지자에게 엄지를 내세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두 후보 모두 당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은 중도·무당층을 끌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백중 열세’ 판세인 이 후보 쪽이 윤 후보에 비해 소속 정당과 더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어차피 박빙의 양상이어서 중도·무당층이 대선 향배의 키를 쥐고 있다”며 “정당보다는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이들의 지지를 얻는데 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캠프에선 “민주당이 강조되면 안 그래도 강력한 정권교체 여론을 더 키우게 된다.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일종의 차별화 전략”(재선 의원)이란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초반 인물론을 통해 이 후보에 비판적인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전략”이라며 “중도층 지지를 얻은 뒤에는 윤 후보가 빨간색 점퍼를 다시 입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이 후보 유세차량에는 민주당 로고가 없는 반면, 윤 후보 유세차량에는 국민의힘 로고가 상단에 적혀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이 후보 유세차량에는 민주당 로고가 없는 반면, 윤 후보 유세차량에는 국민의힘 로고가 상단에 적혀있다. 뉴스1

중도층을 의식한 이런 선거운동 방식은 기존 당원이나 당 지지층의 심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일부 강성 당원들이 이 후보의 일부 유세차량에 ‘민주당’ 문구와 로고가 표시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들은 당원게시판에 “민주당이 창피한가” “무소속 후보냐”는 등의 비판 글을 올렸다. 이 후보와는 달리 윤 후보 유세 차량에는 ‘국민의힘’ 문구와 로고가 상단에 표시돼 있다.

정치평론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인물만 강조하는 것은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이 후보가 당색을 다시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며 “상승세를 탄 윤 후보는 선거 막바지에는 자신감있게 당색을 드러내며 지지층 결집과 정권교체론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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