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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끝나 신났는데, 난데없이 백혈병…일반인의 3배,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암 환자에게 백혈병이 발생할 위험이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치료가 끝났지만 그 치료 때문에 새로운 암이 생기는 것으로, 암 치료하다 암을 얻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17일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요법 치료를 받다가 혈액 세포가 손상돼 생긴 2차암인 ‘치료 관련 골수계 종양’ 현황을 공개했다. 2차암은 처음 생긴 암과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다. 가령 폐암 환자에게 백혈병이 생기면 2차암이다. 폐암 세포가 간에 전이된 게 나중에 밝혀지면 2차암이 아니라 폐암이다. 2차암 실태가 상세하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준식 부교수팀은 2009~2013년 위·대장·간 등 25개 암 환자 중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34만 2875명이 치료 후 6~10년 치료관련 골수계 종양이 얼마나 생기는지 추적했다. 국가암등록 자료와 건강보험 진료 자료를 연계했다. 두 가지 치료 때문에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사람이 629명(0.18%)이다. 골수계 종양은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말한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비정상적인 조혈모세포로 인한 혈액암을 말하며 이게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발전한다.

 2차암 발생률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일반인과 비교해 발생 위험이 2.96배나 높다. 남성은 3.08배, 여성은 2.85배이다.

 항암화학요법(항암제)과 방사선 치료를 둘 다 받은 사람은 4.64배, 항암제만 투여받은 사람은 3.3배 높다. 방사선 치료만 받은 사람은 별 차이가 없다. 항암제 중 표적항암제도 별 차이 없다.

 항암제는 여러 가지 계열이 있는데, 알킬화제, 제2형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 백금화합물 등 3개 계열이 특히 위험도가 높다. 백금화합물 계열의 대표적인 항암제가 시스플라틴, 제2형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 계열 약이 독소루비신이다. 세 가지 계열의 항암제는 급성 백혈병을 야기하며, 이 중 2가지 이상을 사용할 경우 치료 관련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 받은 기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진단받은 지 5년이 채 안 되면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17.4배나 높고, 5년 지난 경우 1.17배 높다.

 남성 암 환자 중 2차암이 많이 발생한 암은 악성림프종이다. 폐-간-대장(결장)-위-형질세포종-전립샘암 순이다. 여성은 유방암이 가장 많다. 갑상샘-난소-악성림프종-형질세포종-자궁경부암 순이다.

 남성의 악성림프종·폐암, 여성의 유방암 환자에게 2차암이 많은 이유가 뭘까. 홍준식 교수는 "이런 암 환자에게 급성 백혈병의 원인인 알킬화제 등 3개 계열의 약(세포독성 항암제)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며 "이런 암 환자의 절대 수가 많은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위험하니 받지 말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다만 그 치료로 인해 2차암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5년 간 혈액검사로 잘 관찰하고 고위험 약제를 피하는 게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2차암이 생기면 1년 이내에 5000만원의 진료비가 발생할 뿐더러 치료가 고통스럽고, 무엇보다 5년 생존율이 낮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책임자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나래 부연구위원은 "치료 관련 골수계 종양은 예후(치료 경과)가 불량하고 경제적 부담이 큰 암이라서 예방 노력,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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