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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공은 차기 정부로...'공회전' 끝 무산된 5G 주파수 경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세대(G) 주파수 추가할당을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입장 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한 자리에 모았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오히려 혼란만 커졌다. 당초 ‘2월 중’으로 예상된 경매는 무산됐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일정에 대한 언급 없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무슨일이야

1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통신3사 CEO간담회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3사 CEO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 임 장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뉴스1]

1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통신3사 CEO간담회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3사 CEO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 임 장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뉴스1]

임혜숙 장관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와 만났다. 5G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투자 확대 방안, 농어촌 공동망 구축, 주파수 공급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게 왜 중요해

이통3사의 최대 현안인 5G 주파수 할당 문제가 이날 간담회에서 해법을 찾을지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3.40∼3.42㎓ 대역 20㎒ 폭 5G 주파수에 대해 이달 중 추가할당 경매 공고를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추가 할당에 반발했다. 해당 대역이 LG유플러스에 인접해 있어, LG유플러스에 지나치게 유리한 경매 조건이라는 이유다. 이에 더해, SK텔레콤은 지난달 자사 인접 대역인 3.70∼3.74㎓ 대역도 함께 경매에 붙이자고 역으로 제안했다. ‘주파수 전쟁’이 정부의 갈등 조율 역량을 시험대에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5G 3.5㎓ 대역 주파수 할당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5G 3.5㎓ 대역 주파수 할당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부는 왜 결정 못했나

● KT “우리도 주파수 필요” : 이날 KT의 입장 표명이 결정적이었다. 구현모 KT 대표는 “LG유플러스의 추가할당 요청은 충분히 공감되고, SK텔레콤이 40㎒ 폭을 요청한 취지도 공감한다”며 “KT도 3.7~4.0㎓ 대역 내에서 수요를 면밀히 검토한 의견을 정부에 내겠다”고 말했다. KT도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니 정부가 경매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다.

더 복잡해진 주파수 경쟁 : 결국 과기정통부는 3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임혜숙 장관은 “새로운 주파수 수요가 제기된 만큼 국민 편익, 주파수 공정 이용환경, 투자 활성화, 글로벌 5G 주파수 공동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할당 방향과 일정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LG유플러스 신청 대역 외에, 3.70∼3.74㎓ 대역 할당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2월 중 경매 공고는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주파수 할당 방안에 대해 연구반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명분론에서 밀린 정부 : 지난달 초만 해도 과기정통부는 공청회를 열면서 경매 일정까지 밝히는 등 추가할당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명분론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LG유플러스 요청으로 3.4~3.42㎓대역 추가할당 진행을 시작할 때부터  LG유플러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SKT·KT 논리를 과기정통부가 반박하지 못하면서 경매 추진 동력이 급속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에선 대선 직전 시점에 과기정통부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TE와 5G 장거리 프론트홀 테스트를 진행하는 KT 직원들. [사진 KT]

LTE와 5G 장거리 프론트홀 테스트를 진행하는 KT 직원들. [사진 KT]

● 공은 차기 정부로 : 과기정통부에 따르면,주파수 할당 이후 이통사업자 투자가 마무리되기까지는 보통 1년 6개월쯤 걸린다. 주파수를 받은 뒤 기지국 기술 기준을 재정비하고 장비ㆍ단말을 인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SKT나 KT가 경매 검토를 요구한 3.70∼3.74㎓ 대역의 경우 미국 항공업계가 제기한 항공용 주파수와의 간섭 위험도 검증해야 한다.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조직개편 등을 벌인다면 주파수 경매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릴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엇갈린 3사

SK텔레콤과 KT로썬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간담회 후 “많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반발했다. 황현식 대표는 “국민 편익과 고객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조속히 내려져야 하는데 자꾸 다른 논리로 지연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SK텔레콤으로선 LG유플러스가 20㎒ 추가할당 받는 것 막기 어렵다면, 자신들도 추가 같은 규모의 주파수를 추가 할당해 경쟁 비교우위를 가져 가려는 전략을 썼고 이것이 통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5G 소비자는?

● 5G 품질 향상은 뒷전 : 통신사들이 자사 이해만 챙길 뿐 5G 통신 서비스 품질 향상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통신 3사의 설비 투자액(CAPEX)은 2019년 8조7900억원에서 지난해 7조4000억원 수준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 피해는 소비자가? : 경매 일정이 지연될수록 5G 품질 향상을 기대하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병철 교수는 “이해관계자들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주파수 할당이 무작정 미뤄지는 건 자원 낭비”라며 “정부가 공정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국민 편익에 손해가 없을 할당 조건을 만들어 통신 품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주파수 대역이 개척되면서 이런 논쟁은 더 빈번해질 텐데 (정부가) 통신사 요구에 끌려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행정적 기회비용을 줄이고 기업에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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