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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옆집에 GH 합숙소 미스터리…"집주인은 김혜경 친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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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 자택 옆집을 직원 합숙소로 임대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 측이 “도지사의 이웃집인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2402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 산하 기관인 GH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이던 2020년 8월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164.25㎡)을 보증금 9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했다. 이 후보가 1998년 매입해 계속 살고 있는 2401호의 이웃집이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 건설 현장에 파견된 직원들의 합숙소라는 게 GH의 설명이다.

도지사 집 옆에 산하기관 합숙소

현재 이 아파트엔 현재 GH 판교사업단 소속 직원 4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침실 5개에 화장실 2개가 있다. 이 후보와 합숙소의 현관문은 바로 이웃해 있는 구조다. 이 후보의 자택 현관문에는 “폐쇄회로TV(CCTV) 촬영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집 앞. 왼쪽이 이 후보의 자택이고 오른쪽이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들의 숙소다. 최서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집 앞. 왼쪽이 이 후보의 자택이고 오른쪽이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들의 숙소다. 최서인 기자

GH 측은 “현재 건설 중인 판교 제2 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임대한 집”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파견된 직원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얻은 숙소”라는 것이다. 판교 제2 테크노밸리 조성 현장과 이 집은 차로 10~15분 거리다. 이날 저녁까지 2402호에 사는 GH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접촉할 수는 없었다. GH 측은 이들과의 연락 방법을 묻자 “개인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웃에 도지사 사는 줄 몰랐다”

GH 측은 “분당 숙소 옆집에 이 후보가 거주하는 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현재 거주하는 직원들도 언론이 취재에 나선 뒤에야 알았다고 했다. GH 관계자는 “현장 인근에 숙소를 구하려고 했는데 판교 집값이 너무 비싸서 수소문하다 분당까지 알아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 파견된 직원이 30여명이라 숙소 생활할 것으로 예측되는 인원을 따져 아파트를 숙소로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헌욱 민주당 선대위 약속과실천위원장. 뉴시스

이헌욱 민주당 선대위 약속과실천위원장. 뉴시스

지역 정가에서는 GH 사장을 지낸 이헌욱 변호사와 이 후보의 관계를 놓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변호사는 ‘리틀 이재명’으로 불릴 정도의 측근으로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성남FC·주빌리은행 고문변호사를 지냈고, 경기지사 시절인 2019년 2월 GH 사장으로 취임했다가 지난해 11월 퇴사했다. 현재는 이 후보 선대위 약속과 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후보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기본주택’ 등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언론 보도를 보고 직원들의 숙소가 이 후보의 옆집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GH와 이 변호사의 해명에 대해 동네 주민들은 의문을 표했다. “온 동네가 다 아는 사실을 왜 옆집만 모르느냐”면서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동네 사람들이 이 후보가 어디에 사는지 다 알고 있고 꽤 시끄럽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입주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22년간 살았다는 한 주민은 “한 동에 2개 호수만 살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사이이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경기지사인데…”라고 말했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 변호사가 이 후보의 집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더 싼 오피스텔 놔두고 9억5000만원 전셋집?

GH는 경기도 내 16개 시·군에서 공공주택·택지개발·산업단지 조성 사업 등을 벌이고 있어서 현장에 파견된 직원들을 위해 130여곳에 전·월세로 직원 숙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후보의 옆집을 합숙소로 운영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궁금증이 생긴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9억5000만원이면 소형 아파트나 가전을 모두 갖춘 오피스텔 여러 곳을 임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직원들도 그게 더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 사업장과 더 가까운 곳에 전세보증금이 더 싼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가 적지 않다는 점도 GH의 선택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원천 행복주택 현장을 방문해 이헌욱 당시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당시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원천 행복주택 현장을 방문해 이헌욱 당시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집주인이 김혜경씨 친구?

2402호는 A씨(84) 소유이며 아들 B씨 가족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민의힘선대본 정책본부장은 17일 SNS에 “B씨의 아내는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 아들들과 캐나다 유학을 다녀온 사이고 성남시 산하 기관에 취업한 이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1년 10월 성남시 한 산하기관에 특채로 채용돼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B씨의 아내는 성남시의 다른 산하 단체의 권한대행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김혜경씨와 B씨의 아내가 친한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안다. 이 인맥으로 B씨가 채용된 것 같다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이 후보와 선대위 모두 경기도시공사의 합숙소에 대해 알지 못하며 공사 숙소에 관여할 이유도, 선대 조직을 분당에 둘 이유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엉터리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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