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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역설?…"신규 확진 20만대 찍고 '파미르고원'형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순식간에 9만명대로 뛰어오른 데 이어 17일에는 10만 명 선에 바짝 다가섰다. 위중증 환자도 하루 새 76명 급증해 400명대를 코앞에 뒀다. 매주 두 배씩 환자가 느는 이른바 '더블링' 추세가 이어진다면 정부가 밝힌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정점이 언제쯤,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새로운 예상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달 20만명 넘는 환자가 발생한 뒤 상당 기간 비슷한 규모가 유지되는 '고원형' 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신규 환자는 전날(16일)보다 2692명 늘어 9만3135명 발생했다. 지난 3일(2주 전) 2만2906명이었다가 10일(1주 전) 5만4120명으로 올랐고 다시 두 배 가까이 튀었다.

17일 충남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과 PCR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7일 충남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과 PCR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만~20만명 예측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김부겸 국무총리)라던 당초 정부의 시각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거리두기까지 완화되면 이후 방역당국이 내놓은 예측(이달 말 13만~17만명)마저 빗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아직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정확한 시점과 규모를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 특성, 이동량 변화, 거리두기 효과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커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라고도 했다.

다만 “유럽에서는 오미크론이 한 차례 유행하고 정점이 지났는데 우리는 이제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3T(검사·추적·치료) 전략 실행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정점까지 가는 데 2배 정도 시간이 걸리고, 전체적으로 유행 곡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자가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6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자가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문가들 상당수는 내달 중순 전후, 하루 20만명대의 환자가 쏟아지며 정점을 이룰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정점을 찍고 바로 떨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상당 기간 정점 상태를 유지하는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행이 높고 뾰족한 산이 아니라, 파미르고원(아시아 대륙 중앙부에 있는 대고원)처럼 이어질 것”(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이란 얘기다.

엄 교수는 “광범위한 확산이 나타날 경우 정점이라는 것을 잡기 어려운 고원 형태로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며 “높은 수위가 두 달 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3월 중 20만명 정점에 도달한 뒤 한 달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예상이 나오는 건 해외에 비해 감염으로 자연면역을 얻은 경우가 적은 데다, 백신 접종률도 높은 영향이다. 이른바 3T(추적·검사·격리)로 방역 고삐를 죈 영향에 오히려 유행 시기는 다른 나라보다 길어지는, ‘K 방역의 역설’인 셈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해외에선 첨탑처럼 올라갔다 내려왔다면 우리는 선거(3월 9일) 전후로 20만명까지 오른 뒤 한동안 확진자(규모)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인구의 최소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감염될 때까지 감염자가 나올 텐데 검사량이 정해져 있으니, 정점 상태에서 일정한 숫자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점 수준을 27만명으로 예측했다. 심 교수는 미국에서 오미크론이우세종으로 되기까지 3주, 또다시 정점까지 3주가 걸린 점을 근거로 국내에선 3월 중순께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봤다.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유입 7주 만(1월 24일)에 우세종이 됐고 이로부터 다시 7주 흘러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1주 후(2월 23일) 14만명, 2주 후(3월 2일) 23만8000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숨은 감염자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감염 규모는 34만8000명에 이를 것이란 게 심 교수 설명이다.

대규모 환자 발생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사회 필수 기능 마비와 함께 위중증 환자 관리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중증 환자는 이날 389명으로 전날(313명)보다 76명 불었고, 사망자는 36명 나왔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14일 300명대로 오른 뒤 사흘 만에 400명에 근접했다. 정부는 여전히 “아직은 안정적”이라며 위중증 환자 1500~2000명까지 감당 가능하단 입장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중증화율(0.42%)를 적용하면 내달에 20만명 수준 환자가 일정 기간 유지될 경우 하루 800명 넘는 위중증 환자가 연달아 나오면서 의료체계 여력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엄중식 교수는 “사망자가 3월 들어서부터 많이 나오기 시작해 정점이 지나도 200~300명의 사망자가 상당 기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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