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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없도록...‘영 케어러’ 돌봄사업 시범 실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에 사는 A씨(22)는 지난해 4월 심부뇌내출혈 등으로 입원 중인 아버지(56)씨를 퇴원시켰다.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퇴원 후 간병은 오롯이 A씨 몫이었다. 생활고는 점점 더 심해졌다. 인터넷 요금도 밀릴 정도였다고 한다. A씨는 팔·다리 마비로 거동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홀로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다.

A씨 사건이 알려진 뒤 논란이 일었다. 경제 능력이 없는 청년에게 국가가 아버지의 부양 부담을 떠안겨 발생한 ‘영 케어러(Young Carer)의 간병살인’이란 동정여론과 아버지를 고의로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존속살인’이란 비판여론이 부딪혔다. A씨는 지난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보건복지부와 서울 서대문구가 가족 돌봄청년 '영 케어러' 지원제도 마련을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사진 pxhere]

보건복지부와 서울 서대문구가 가족 돌봄청년 '영 케어러' 지원제도 마련을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사진 pxhere]

사각지대 놓였던 영 케어러 

정부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올해 ‘영 케어러’ 지원제도를 마련한다. 영 케어러는 A씨처럼 질병이나 신체·정신장애, 약물문제 등을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년·청소년을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영 케어러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산되나 그간 사각에 놓였었다. 구체적인 통계조차 없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사회복지공무원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지자체 복지사업 담당자는 “가족 돌봄 청년을 (복지사업 대상자로) 발굴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며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복지 대상자로서의 공식적인 분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지부·서대문구 실태조사 나서

보건복지부는 서울 서대문구와 함께 실태조사에 나선다. 이후 영 케어러를 도울 가사·간병 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이후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서대문구는 대구 사건 이후 지난해 선제적으로 35명의 영 케어러를 찾아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왔다. 9~24세 세대원이 있으면서 공과금 체납 등 위기신호가 감지된 가구에서 대상자를 선정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가족 돌봄 청소년과 청년 지원이 전국으로 원활히 확산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구청 자체적으로도 (영 케어러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규 정책들을 적극 개발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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