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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정훈의 반박불가

맞습니다 돈 벌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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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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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의 반박불가]돈 벌 기회를 뺏지 말아야 합니다

코로나 19 이후 정부의 자영업자 보상 정책을 비판하는 배훈천 광주 카페 대표의 글에 대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국회의원)의 답글입니다.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만나서, 무조건 한 가지 요구를 들어준다고 하자. 지금 이 시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가장 바라는 한 가지는 무엇일까? 더 많은 지원금일까? 아니면 대출의 확대나 연장일까? 전혀 아니다. 정말 소상공인을 위한다면 선심 쓰듯 내놓는 지원금이 아니라 ‘장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추경 14조, 35조, 심지어 50조원까지.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소상공인을 위한다며 점점 더 높은 숫자를 말하고 있다. 지원 유형 구분 없는 일률적인 방역지원금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증액한다. 그러는 사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거꾸로 날카로워져 간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갈라치기 추경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정말 소상공인의 살림살이는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추경은 모두 틀렸다

이번 배훈천 대표의 글을 읽고 확신했다. 이번 추경안에 대한 논의는 모두 틀렸음을. 카페를 운영하는 글쓴이는 말한다. “정부와 여당은 말치레로 자영업자를 우롱하지 말라”고. 시대전환이 집권 정당이었다면 다른 대책을 내놓았을 것이다. ‘영업시간 제한’과 ‘방역 패스 의무화’라는 두 가지 제재를 전면 폐지했을 것이다.

현재 장사와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큰 장애물인 ‘영업시간 제한’과 ‘방역패스 의무화’는 정말로 필요한지, 또 방역에 정말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매일 아침 사람들은 출근을 위해 여전히 숨 쉴 공간도 없는 지옥철을 타고 있다. 그 지하철에는 방역 패스 의무화도, 탑승 제한도 없다. 그렇다고 감염의 온상지가 된 적도 없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 틈이 없는 출근 시간의 지하철과 버스를 한 번이라도 타봤다면, 영업시간 제한과 방역 패스 의무화에 울분을 터뜨리는 소상공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시위하는 자영업자들. [뉴스1]

시위하는 자영업자들. [뉴스1]

또한, 영업시간제한은 설득력 없는 권력 오용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오후 9시라는 일률적인 시간제한은, 일률적인 방역지원금이 그렇듯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밤 9시와 10시의 차이도 알 수 없지만, 업종에 따라 주 영업시간도 다른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고려나 구분이 전혀 없이 일률적으로 9시까지만 장사하라는 건 어느 한쪽의 지속적인 희생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 분명해진다. 최근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방역 해제를 선언한 나라가 생겨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도 방역 패스 등의 조치를 3월부터 없앤다고 한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 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월 8일 기준으로 국민의 86%가 이미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3차 접종자는 55.4%다. 방역 패스를 해제하는 덴마크는 인구의 약 80%가 백신을 접종했고 60%가 추가 접종을 완료했다고 한다. 덴마크 국민보다 더 충실히 백신을 접종한 한국 국민에게 징벌적 성격의 “방역 패스 의무화는 정말 필수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던진다.

또 한 가지 꼭 필요한 지적이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 여전히 시혜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 말이다. 이는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이 시작부터 틀렸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국회에서 손실보상 법제화에 힘쓰면서 “손실보상은 국가의 ‘지원’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채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은 아직도 소상공인을 구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손실보상을 해주겠단 말로 ‘장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게 당연시될 수 없다. 국가는 빚진 마음으로 이들에 대한 손실보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에게도 쓴소리가 될 수 있는 한 마디를 덧붙이고자 한다. 한국의 자영업은 건강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전 국민이 매일 커피와 치킨을 먹어도 현재 존재하는 카페와 치킨집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없을 정도로 가게는 넘쳐난다. 그렇기에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맞은 이 시기를 기회 삼아 출구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글의 글쓴이께서 자영업의 과잉을 근본적 위기로 말하며 ‘폐업장려금’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번 글에 깊이 공감하며 생색만 가득한 지원금으로 자영업의 침몰에 대해선 침묵 중인 정부에 ‘장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강력히 요청한다. 동시에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연착륙을 위해 폐업한 사람들에게 ‘다시 일 할 기회’를 제공하는 대책도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