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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유가도 마진도 모두 상승세…주가는 왜 안 오르지?

중앙일보

입력 2022.02.17 09:17

업데이트 2022.02.17 09:19

기름값,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2월 1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기어이 배럴당 95달러선을 터치(3월 인도분). 오미크론 확산으로 지난 연말 좀 꺾이는가 했는데 1월에만 무려 약 15달러를 끌어올렸고, 2월에도 쭉~ 헛소리 취급을 받던 ‘100달러설’이 현실이 되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 직전에서 멈춰섰습니다. 현지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WTI도 90달러대까지 하락. 아직 불씨는 살아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진정성을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협상하겠다는 러시아도 언제 태도를 바꿀지 모릅니다.

2020년 1조원 적자→2021년 역대 최대 이익
높은 수준 정제마진 계속 이어질 지는 의문
유가 상승에도 주가 제자리…배당성향은 굿!

일단 유가 흐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네요. 한국은 원유 수입의존도가 워낙 높습니다(OECD 1위). 기업의 비용 증가, 무역수지 악화 등 여러 측면에서 고유가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인데요. 그래도 어딘가는 웃습니다. 유가 상승기엔 보통 정유주가 강세라는데, 오늘은 S-OIL입니다.

S-OIL 울산공장. S-OIL

S-OIL 울산공장. S-OIL

쌍용주유소나 슈퍼크린을 기억하신다면 아재 인증. S-OIL은 쌍용양회가 이란 측과 손잡고 1976년 만든 회사입니다. 이란은 곧 떠나고 1990년대 초 사우디 아람코(Aramco)의 자회사 AOC가 지분을 인수하며 입성. 외환위기 땐 또 쌍용그룹이 힘들어졌고, 2000년부터는 AOC가 독자 경영을 시작(현재 지분 63.4%)했죠. 흔히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와 ‘정유 4사’로 묶어 부릅니다.

서울 공덕동 S-OIL 본사. S-OIL

서울 공덕동 S-OIL 본사. S-OIL

정유사의 주업은 원유를 사다 가공해서 파는 일. 설비 규모로 치면 전 산업 최상위권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덩치는 크지만 동시에 꽤 민감한 편임. 원유를 얼마에 사 오느냐(공급), 휘발유나 경유 같은 석유제품이 얼마나 많이 팔리느냐(수요)에 따라 실적이 큰 폭으로 출렁이는 경우가 많죠.

2020년이 그랬습니다. 정유 4사에겐 지옥 같았죠.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자 공장은 멈추고, 비행기는 안 날고. 기름 사 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건데요. 자연히 유가는 떨어지고, 그동안 사둔 기름의 가치도 떨어지고. 딱 1분기까지 2019년 벌어 둔 이익을 다 까먹었으니 말 다했죠. 연간으론 5조원대의 적자를 기록.

그런데 대반전! 2021년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무려 7조2000억원에 달했습니다. 2조30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S-OIL이 가장 앞섰는데요.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 주력인 정유 부문은 수요 회복과 고유가에 따른 판매단가 상승 덕을 봤습니다. 2020년과 완전히 반대 상황이 펼쳐진 건데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

S-OIL 주유소. S-OIL

S-OIL 주유소. S-OIL

나머지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이 2770억원, 윤활기유(윤활유 원료) 부문이 1조17억원이었는데요. 기계 마찰을 줄이려 쓰는 그 윤활유 맞습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두루 쓰이는데요. 매출 비중 10% 정도인 윤활기유가 40% 넘는 이익을 거둔 겁니다.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한 뒤 남은 기름(잔사유)을 재처리해 만들기 때문에 아주 고효율. 전기차용으로도 쓰임새가 커져서 기대감 UP!

증권가의 올해 전망도 낙관적인 편. 하지만 몇 가지 궁금증은 있습니다. 먼저 정제마진 변수입니다. 사실 정유사의 수익성에 유가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정제마진입니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을 뺀 값이죠.

원유 수송엔 시간이 걸리는데 원유 가격은 오르기 전 가격, 제품 가격은 오른 뒤의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사이 유가가 오르면 좀 더 남기게(정제마진이 좋아지는) 되는 거죠. 지난해 1월 배럴당 1달러대였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2월엔 7달러선까지 상승(대략 4달러 정도가 손익분기점)했습니다.

S-OIL 울산공장. S-OIL

S-OIL 울산공장. S-OIL

코로나 직전인 2015년~2019년 평균을 이미 넘어선 상태인데요. ‘유가 상승=정제마진 상승’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가가 상승해도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얼마든지 가능한데요. 닭 가격이 급등했다고 치킨 가격에 전부 반영할 수는 없죠. 소비자에게 다 떠넘기면 다른 치킨집에 가거나 안 먹을 테니까.

더 근본적으로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냐’는 궁금증도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러·우 갈등이 유가 상승을 지지해왔는데, 일단 후자는 수습 가능성이 커졌네요. 사실 원유 수급 불안은 러시아도, 서방도 원치 않습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사태 이후 유가가 하락한 사례를 들어 이번 이슈 역시 곧 정리될 거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은데요.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 강도 역시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죠. 게다가 일정 기간 이상 고유가가 유지되면 반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가 100달러 수준이면 경제활동에 드는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안정을 위한 여러 조치(증산과 같은)가 등장하기 마련이죠. 향후 유가의 방향성 예측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둘러싼 러시아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경을 둘러싼 러시아군. 연합뉴스

정제마진과 함께 꼭 알아야 할 개념이 바로 재고. 원유는 싣고 오는데 시차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주문해서 배에 싣는 순간 정유사의 재고자산으로 잡히는데요. 그사이에 가격이 변하니 재고의 가치도 변하겠죠.

재고 관련 손익을 어떻게 계산하고, 회계상 어떻게 인식하는지(*이 부분은 우리 안동제리 에디터가 조만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실 겁니다)가 중요한데요. 유가가 급격히 출렁이면 재고 부분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워낙 탄탄한 회사입니다. 30% 이상인 배당성향도 참 매력적. 요즘 같은 시기, 가치주 또는 방어주로서 주목받을 여지가 충분하죠. 유가가 천천히 우상향한다면 정말 괜찮을 텐데 말씀드렸듯이 올해는 얌전한 그래프를 예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 셔터스톡

국제 유가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 셔터스톡

총평해볼까요. 최근 1년 유가가 약 50%(WTI 기준) 상승하는 동안 S-OIL 주가는 도리어 후진을 했습니다. '유가가 오른다고 정유주 주가가 꼭 상승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유가가 오를지도 모르겠다' 아, 게다가 무거워도 너무 무겁습니다. 성격 급한 분들 하곤 절대 안 맞는 종목이니 참고하세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가격은 싸다.

이 기사는 2월 1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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