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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적자까지 터지나…대선 후 한국경제, 방파제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선 이후 한국 경제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대내외적 경제 위험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당장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무역에 적신호가 켜졌다. 16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후 14년 만이다. 무역 적자 행진은 이달 10일(35억 달러 적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이는 경제성장률과 대외 신인도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수출입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경제 충격을 막아줄 ‘방파제’ 격인 재정도 올해까지 4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으로 10조원 이상 두 자릿수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씀씀이를 벌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대외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국가 간 상품ㆍ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ㆍ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와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에 빠지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올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쌍둥이 적자는 대내외 균형이 무너진 상황을 의미하는데,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발생한 적 있다. 2009년에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해 쌍둥이 적자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통합재정수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통합재정수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월 무역수지 적자 폭을 고려하면 1월 경상수지 역시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 쌍둥이 적자가 가시권에 진입했다”며 “원유ㆍ가스ㆍ석탄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액 급증으로 수출 증가율 20%, 수입 증가율 30%를 가정할 경우 5월까지도 무역수지는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 살림살이도 대선 이후 더 빠듯해질 전망이다. 지금도 각종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지만, 대선 이후에는 그간 물가관리를 이유로 억눌러온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전기요금은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가스요금은 5월ㆍ7월ㆍ10월 세 차례 순차 인상된다. 수도료ㆍ버스비 같은 공공요금도 인상 압력이 거세다. 식ㆍ음료 역시 가격 인상 릴레이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높아지며 에너지ㆍ원자재의 원화 환산 가격이 오른 것이 또 다른 물가 상승의 요인”이라고 짚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이밖에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을 내 투자)’의 후유증으로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정대로 3월 중소상공인 대상 코로나 대출 상환 유예가 만료된다면, 시중은행의 리스크 관리 압박도 커지고, 채무자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발 악재까지 겹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폭등세의 물가 고삐를 잡기 위해 연내 5~6회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미국발 조기 긴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달러를 풀고, 그 돈을 다시 회수할 때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하곤 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분쟁 위기, 국제 원자잿값 상승세 지속 등의 악재가 수두룩하다.‘

자료: EY한영

자료: EY한영

이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환경 변화에 예민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최근 CEOㆍ고위 임원 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경제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경제전망을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45%로 대폭 높아졌다. ‘긍정적’이란 전망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32%로 낮아졌다.

대선 후보들은 포퓰리즘 정책 남발 

EY한영은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지정학적 갈등과 주요국의 성장 둔화 및 긴축 기조로 인해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해석했다.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17%에 그쳤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맞닥뜨려야 할 한국 경제 상황은 이처럼 녹록지 않다. 이에 대비해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해야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근시안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고, 한국 경제에 활력을 되찾아줄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어느 한쪽이 선심성 정책을 들고나오면 다른 한쪽은 더욱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단기적 인기 정책으로 인해 커다란 장기적 부작용을 낳는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빠른 속도로 악화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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