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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먹으며 '선거판 여우'와 회동…DJ 즐겨간 홍탁집 어디 [GO로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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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영화, 뮤직비디오에서 발견한 숨겨진 장소, 소셜미디어 속 화제의 명소를 찾아갑니다. 모든 장소에는 이야기가 있고, 갈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실화다. 영화 ‘킹메이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그의 참모 엄창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1961년 강원도 인제 재보궐 선거부터 1971년 대통령 선거까지의 시간이다. 치열한 선거 과정만큼이나 추억의 장소와 시대상을 엿보는 재미가 크다.

킹메이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김운범의 강원도 인제 탄광촌 연설 장면은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에서 촬영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김운범의 강원도 인제 탄광촌 연설 장면은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에서 촬영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강원도 인제 한 탄광 앞에서 빗속 유세전을 펼치는 설경구. 영화 ‘킹메이커’에서 김운범(실제 모델은 DJ)의 첫 등장 모습이다. 인제는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1961년 5월 그의 나이 서른일곱 때 인제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다(그러나 당선 사흘 만에 터진 5.16 쿠데타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DJ가 엄창록(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의 실제 모델)을 만난 곳도 인제였다.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에 “그때 선거 캠프에는 엄창록이라는 비서가 있었다. 그는 이북에서 피란 온 사람으로 강원도 인제에서 만난 선거 조직의 귀재였다”는 대목이 나온다.

영화 속 탄광촌 유세 장면은 인제가 아닌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에서 촬영했다. 1930년대 일제가 세운 국내 최초의 무연탄 선탄시설로, 현재도 가동 중이다. 이명세 감독의 19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 유명한 후반부 빗속의 결투 장면을 여기서 찍었다.

GO로케 -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특이사항 - 20년부터 탐방 프로그램 진행 중. 올해는 6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목포 없는 목포 영화

 DJ가 어린 시절을 보낸 목포 만호동 집터(옛 영산여관)에 ‘소년 김대중 공부방’이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이 조성돼 있다. 사진 목포시

DJ가 어린 시절을 보낸 목포 만호동 집터(옛 영산여관)에 ‘소년 김대중 공부방’이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이 조성돼 있다. 사진 목포시

김대중은 1924년 전남 무안(현재의 신안) 하의도에서 태어났다. 하나 정치적 고향은 목포였다. 목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신접살이를 했고, 사업을 벌였고, 국회의원으로 성장했다. 연설 때도 “나는 목포의 아들”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1967년 목포 국회의원 선거 과정을 다루는 ‘킹메이커’의 전반부 역시 주 무대가 목포다.

그러나 영화에는 실제 목포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목포가 영화 속 60~70년대 모습과 차이가 커 촬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킹메이커’ 박준호 프로듀서는 말한다.

영화 '킹메이커' 속 김운범의 선거 캠프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속 김운범의 선거 캠프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내 선거사무소는 목포역 앞에 있었다. 일본식 가옥 2층이었다.(『김대중 자서전』 중)

일제강점기 목포는 수탈의 통로였다. 목포항과 목포역 주변으로 일제의 상업시설이 몰려 있었다. 영화 속 김운범은 적산가옥처럼 보이는 붉은 벽돌창고에 캠프를 차리고 선거를 치르는데, 이 역시 다분히 실제 사실을 염두에 둔 설정이다. 지금도 목포 근대 역사 거리 주변으로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현 목포역사관 2관), 옛 일본영사관(현 목포역사관) 등의 적산가옥이 남아있다.

GO로케 - 목포 만호동 소년 김대중 도서관
특이사항 - DJ가 어린 시절을 보낸 만호동 집터(옛 영산여관)에 ‘소년 김대중 공부방’이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이 조성돼 있다.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목포항 맞은편 삼학도에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있다. DJ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공간.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과 주요 스태프도 촬영 전 자료 수집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킹메이커’에 인서트로 삽입된 흑백 영상 중 일부는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의 자료를 제공받아 사용한 것이다.

GO로케 - 노벨평화상 기념관
특이사항 - 대권주자에게도 필수코스다. 이재명 후보과 윤석열 후보도 지난해 대권 선언 후 목포 산정동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은 바 있다.

대통령의 공간

영화 '킹메이커' 속 대통령의 집무실. 옛 서울역 2층의 문화공간 '그릴'에서 촬영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속 대통령의 집무실. 옛 서울역 2층의 문화공간 '그릴'에서 촬영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킹케이커’에서 대통령(실제 모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무실은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에서 촬영했다. 1925년부터 1988년까지 운영된 최초의 양식당 ‘그릴’을 대통령의 공간으로 꾸몄다. 그릴은 2012년부터 문화‧전시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대통령이 김운범을 견제해 목포까지 내려와 국무회의를 갖는 장면. 실제 국무회의 장소는 목포 유달산 기슭의 한 호텔이었다. 영화는 충북 청주 청남대에서 촬영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정권 때 조성한 대통령 별장으로, 2003년 일반에 개방됐다.

GO로케 – 청주 청남대
특이사항 – 영화 ‘1987’에서는 박처장(김윤석)과 안기부장(문성근)이 만나는 서울 올림피아호텔로 등장.

청주 청남대 본관 건물 전경.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내며 집무를 했던 공간이다. 사진 청남대관리사업소

청주 청남대 본관 건물 전경.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내며 집무를 했던 공간이다. 사진 청남대관리사업소

홍탁집을 사랑한 DJ

영화 '킹메이커' 속 홍탁집. 신민당의 40대 세 의원이 회동하는 장소로 나온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속 홍탁집. 신민당의 40대 세 의원이 회동하는 장소로 나온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킹메이커’에는 이른바 홍탁집(홍어와 막거리를 내는 식당)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신민당의 40대 기수 3인이 회동한 장소도, 김운범과 서창대가 단둘이 속 깊은 대화를 나누던 장소도 홍탁집으로 설정돼 있다. DJ는 실제로도 홍어 애호가였다. 1993년 정계 은퇴 선언 후 영국에 떠나 있을 때도 홍어를 공수해 먹었을 정도다. DJ가 다녀간 몇몇 식당은 지금도 전국구 명성 누리고 있다. 홍탁집 가운데 서울 내자동의 ‘신안촌’이 대표적이다.

GO로케 - 서울 신안촌
특이사항 - 신안촌의 인기 메뉴는 홍어삼합. 원산지에 따라 가격 차가 크다. 대(大)자 기준 국내산은 14만원, 수입산은 7만7000원을 받는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시민회관

'킹메이커' 속 70년 신민당 전당대회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킹메이커' 속 70년 신민당 전당대회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신민당 경선에서 접전 끝에 김영호(유재명)를 누른 김운범이 수많은 당원과 언론 앞에서 대선 후보로 우뚝 선다. ‘킹메이커’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 실제 1970년 9월 신민당 경선이 열렸던 장소는 옛 서울시민회관이다. 1961년 당대 최고의 공연시설로 건립된 서울시민회관은 1972년 12월 대형 화재로 거짓말처럼 잿더미가 됐다. 그 자리에 1978년 세워진 것이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이다.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 약 220억원을 들여 4년 3개월 만에 완공했다. [중앙포토]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 약 220억원을 들여 4년 3개월 만에 완공했다. [중앙포토]

GO로케 – 세종문화회관
특이사항 – 전신인 서울시민회관의 원래 이름은 ‘우남회관’.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의 호를 딴 이름이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1961년 새이름을 달고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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