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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선 공약에 300조·266조원 쓰겠다는 여야 후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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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로에서 열린 충북권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인사 하고 있다.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로에서 열린 충북권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인사 하고 있다.김상선 기자

돈 쓰고 세금 깎아 주는 공약만 난무  

곳간 비어가니 당장 시장금리 치솟아

‘300조원 이상’과 ‘266조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건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면 임기 5년간 이만큼 들어간다. 각 당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질의에 답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지원 등 270여 개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300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지만 공약별 소요 비용은 내지 않았다. 개별공약 비용을 산출하지 못하니 총비용이 ‘300조원 이상’이라는 고무줄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은 200개 공약에 266조원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주요 공약별 비용은 ▶코로나 대책 50조원 ▶기초연금 인상 35조4000억원 ▶병사 월급 인상 25조5000억원 등이다.

안철수 후보가 뛰는 국민의당도 100개 공약에 연간 40조2900억원이 들어간다고 비용을 써냈다. 자영업자의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해 연간 30조원의 특별회계를 꾸리는데 1년만 하면 40조원, 임기 5년 내내 하면 최대 201조4500억원이 드는 셈이다. 세 후보의 공약 비용은 지방공약을 제외한 것이다.

그러나 천문학적 금액을 쓰겠다는 후보들의 재원 마련 방안은 부실하다. 세출예산을 아끼고 추가 세입을 늘려서 충당하겠다고 두루뭉수리로 답했다. 안철수 후보 정도가 부가세·개별소비세의 10%와 코로나복권 등을 재원으로 하는 특별회계 아이디어를 냈을 뿐이다.

대선후보가 재정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장밋빛 그림만 내거는 건 문제다. 돈 쓰는 공약은 화려하게 내걸었지만 정작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지는 입을 다물거나 낙관론에 의지하고 있다.

세출 구조조정이나 비과세·감면 축소는 예산안 같은 정부 발표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하지만 기존 예산 하나, 비과세·감면 혜택 한 개를 줄이거나 없애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예산이나 세제를 좀 다뤄본 경제 관료라면 누구나 절실히 느낄 것이다. 책임 있는 후보라면 어떤 예산을, 어떤 비과세 혜택을 줄이겠다는 건지 대략적이라도 밝혀야 한다. 그게 아니면 증세 방안을 내놓는 게 정공법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그래도 문재인·유승민 후보의 증세 공약이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증세 공약이 아예 사라진 점은 유감스럽다.

돈 쓰고 세금 깎아주는 솔깃한 공약만 내고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는 함구해도 시장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8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은 건 앞으로 돈값이 비싸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라 곳간은 더 비어갈 것이고, 결국 국채 발행 등으로 돈을 끌어갈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제 “이번 대선은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라서 어차피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촌평했다. ‘인류’ 대신 ‘나라 살림’을 대입해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