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3년 끌어온 장하성·김상조 펀드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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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융위, 디스커버리 펀드 뒷북 징계

권력형 비리나 특혜 없었나 밝혀야

금융 당국이 3년 전 2500억원대의 환매 중단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디스커버리 펀드의 징계를 뒤늦게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정례회의에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해 3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이 회사 장하원 대표에 대해선 3개월간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2월 장 대표 등에 대한 중징계를 건의한 지 1년이나 지나서다. 경찰은 장 대표의 친형인 장하성 주중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7월 디스커버리 펀드에 60억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같은 시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4억원을 맡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2019년 4월 해외 자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 사건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함께 현 정부 임기 중에 발생한 대표적인 펀드 사기 의혹으로 꼽힌다.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제대로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늦장 수사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금융회사 등록을 취소한 라임·옵티머스와 비교해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징계가 약하다는 점에서 ‘봐주기’ 논란도 일고 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2017년 대선 직전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한 신생 회사의 펀드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주력 상품으로 밀어줬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이 과정에서 특혜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에 디스커버리 펀드가 급성장한 점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피해자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은행 창구에선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이 하는 펀드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고 한다. 만일 장 대사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피해를 방조한 게 된다. 피해자 대책위는 장 대사가 대사 임명 전 회사 사무실을 자주 왕래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이 사모펀드에 거액을 맡긴 게 불법은 아니라고 해도 공직자로선 부적절한 처신이다. 공직자도 개인 자금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는 있다. 다만 조금이라도 직무 연관성이 있을 것 같으면 각별히 신중을 기하는 게 마땅하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수장이란 자리의 무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대다수 투자자가 만기까지 돈이 묶이는 폐쇄형 펀드였던 데 비해 두 사람이 가입한 상품은 중도에 돈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라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들이 맡긴 돈을 찾아갔는지를 포함해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에 앞서 두 사람은 국민 앞에 나와 관련 의혹을 소상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