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노선영 왕따 주행 없었다"…'국대들의 전쟁' 김보름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16 16:38

업데이트 2022.02.16 17:38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전·현직 빙상 선수들의 법정 다툼이 전 국가대표 노선영(33·은퇴)의 김보름(29·강원도청)에 대한 300만원 배상으로 결론 났다. 김보름은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오는 19일 매스스타트 준결승에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경기장에서 생일을 맞은 김보름이 훈련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뉴스1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경기장에서 생일을 맞은 김보름이 훈련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뉴스1

法 ‘왕따 주행 없었지만, 인터뷰는 문제없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보름 측은 ➀ 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국민적 비난에 시달리게 됐으며 의류 브랜드 협찬 계약이 파기되거나 각종 브랜드 광고 계약이 무산됐고  ➁ 한국체육대학교 및 대표팀 선배인 노선영으로부터 지난 2010년부터 폭언‧욕설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물질적 위자료를 합산해 청구한 금액이 2억원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➀ 왕따 주행은 없었지만, 노선영의 인터뷰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가깝고, ➁ 2017년 이후의 일부 폭언 등을 인정해 300만원 일부 배상 판결을 내렸다.

60만 국민청원 불러일으킨 ‘왕따 주행’ 뭐길래

논란은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자 팀추월 8강전 당시 마지막 주자 노선영은 김보름, 박지우에 크게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팀 추월 경기는 마지막에 들어온 주자의 기록을 기준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하지만 김보름과 박지우는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나아갔다. 결국 준결승 진출은 무산됐다.

경기가 끝난 뒤 두 선수가 고의로 노선영을 챙기지 않고 따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보름이 “뒤에(노선영이)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것 같다”는 인터뷰를 하면서 ‘왕따 주행’ 논란에 불이 붙었다.

지난 2019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500m에 출전한 노선영이 경기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500m에 출전한 노선영이 경기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 이후 노선영의 방송 인터뷰가 논란에 더욱 영향을 미쳤다는 게 김보름 측 주장이다. 당시 노선영은 “한 번도 같이 훈련한 적 없다”, “훈련 분위기가 안 좋았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레이싱 막판에 스퍼트를 올려 쫓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에 답했다. 또 한 달 뒤 노선영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프로그램에서 “팀추월 경기는 빙상연맹이 버리는 경기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동의는 60만을 넘겼고 이들은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 한 달 뒤인 2018년 3월 불안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그의 어머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함께 입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노선영의 인터뷰로 피해를 봤다는 김보름 측 주장에 대해 “공적 관심사에 대한 진술을 한 것이기 때문에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일부 허위로 보이는 사실은 직접 김보름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 훈련이나 빙상 연맹의 문제점, 대표팀 감독의 지도력 등을 지적한 것이고 피고 입장에서 느낀 것을 다소 과장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 역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 결과와 매한가지로 ‘왕따 주행’은 없다고 봤다. 문체부는 그해 10월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서 “특정 선수(김보름)가 고의로 가속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선수들이 특별한 의도를 갖고 경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노선영이 후배인 김보름에게 랩타임(LAP TIME: 트랙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빨리 탄다고 폭언·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3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2017년 11월 이전 가해진 폭언의 경우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범위에서 빠졌다.

앞서 김보름 측은 “내가 코치의 지시에 따라 랩타임을 맞추면, 노선영이 ‘천천히 타라’며 소리치고 욕설을 했다”는 취지의 서면 자료 등을 제출했다. 반면 노선영 측은 “당시 김보름이 너무 이기적으로 훈련을 해 선배로서 한마디 한 적은 있어도, 욕설은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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