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가랑비에 옷 젖는' 구독료, 가계 재정 좀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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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16·끝)

단기간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생긴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나와 맞지 않으면 오래 쓸 수 없다. [사진 pxhere]

단기간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생긴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나와 맞지 않으면 오래 쓸 수 없다. [사진 pxhere]

연애, 직장, 사업, 성공 등의 중요한 단어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나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간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생긴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나와 맞지 않으면 오래 쓸 수 없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부모는 고민이 생긴다. 점점 자라나는 아이의 발사이즈에 딱 맞는 신발을 사야 할지 아니면 넉넉한 신발을 사야 할지 고민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고민이다.

옷은 크게 입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신발은 그렇지 않다. 신발이 작으면 오래 걷기가 어렵고 발이 불편하다. 불편한 신발을 계속 신으면 물집이 잡히고 심하면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신발이 크면 빨리 걷거나 달릴 수 없다. 때로는 큰 신발 때문에 넘어지기도 한다.

한정판 운동화, 에어 디올 조던1. [사진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 에어 디올 조던1. [사진 나이키]

오산세종병원 박범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신발의 경우 유행이나 미적 감각을 위해 신발을 작게 신거나 높은 굽을 신을 경우 근저족막염과 같은 염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 한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신발 브랜드와 모델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고 명품 신발이라도 딱 자기 발에 맞고 편해야 오래 신을 수 있다. 구독서비스도 마찬가지로 나랑 맞아야 한다. 구독경제에서도 신발처럼 본인에게 맞지 않는 서비스를 사용하면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아무리 혜택이 좋은 구독서비스가 생겨도 나와 관계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자신의 상황과 경제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좋은 구독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영양가 없는 구독서비스도 생기고 있다. 구독자는 본인에게 필요한 양질의 구독서비스를 선별할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자신과 맞는 구독서비스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해 보는 것이다. 일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판단을 너무 섣부르게 하면 안 된다. 적응하는 기간도 없이 제품을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최근에는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도 많다.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당신은 몇 가지 구독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까? 생각보다 자신이 몇 개의 구독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드물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구독서비스도 많다. 스마트폰을 보통 2년 약정으로 구독하고 있지 않은가? 정기적으로 금액을 내는 휴대전화 보험에 가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외에도 건강을 위해서 피트니스 구독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많아지고 있다. 구독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잠깐만 주위를 돌아봐도 이미 구독서비스는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용하는 구독서비스가 많아질수록 구독자는 지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옛말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구독서비스 하나의 구독료는 대부분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사용하고 있는 구독서비스 요금을 모두 합쳐보면 생각보다 지출 규모가 크다. 구독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불어난 구독료는 재정적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구독서비스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번에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적은 금액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하는 구독료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엔 적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되려 구독서비스가 가성비가 좋다는 말을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구독서비스에서 금액은 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성격을 지닌다.

그렇다고 모든 구독서비스를 해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좋은 구독서비스는 계속 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구독서비스를 신청하고 소액이라고 해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일정한 기간을 정해 전체 지불 구독료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구독서비스가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구독서비스를 신청하기 전에 각종 부채와 공과금, 필수 생활비 등의 다른 지출 부문을 살핀 후 구독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ID 및 계정 공유 주의보

그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다. 혹시 자신이 중복되는 구독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는 가족과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가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특정 요금제는 제한된 숫자의 디바이스에서 사용가능하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가정에 있는 컴퓨터, 휴대전화 등 다양한 기기에서 가족과 함께 시청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가족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약관에는 ‘가족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경우 회원 서비스 사용을 종료시키거나 제한할 수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약관, 형법, 저작권법 등의 위반 소지가 생길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불법 계정 공유에 대해 구독 서비스 회사들이 구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지금은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소비자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 및 계정 정지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순 없다. 특히,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와 관련되어 지속해서 환기가 필요하다. 또한 구독경제 세상의 도래에 따른 다양한 이슈에 대해 선제적인 입법 및 정책의 선행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하늘을 날려면 나에게 맞는 신발 찾아야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아버지의 피살이라는 가슴 아픈 일로 인해 정상의 자리에서 미련 없이 은퇴해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야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농구 천재라 할지라도 그에게 맞지 않은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고 구독경제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마이클 조던:더 라스트 댄스' 다큐멘터리.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소속팀 시카고불스의 1990년대 황금기를 다뤘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선보인 '마이클 조던:더 라스트 댄스' 다큐멘터리.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소속팀 시카고불스의 1990년대 황금기를 다뤘다. [사진 넷플릭스]

마이클 조던도 자신에게 딱 맞는 농구화를 신고 돌아왔을 때 비로소 그는 농구장을 날아다닐 수 있었다.

당연한 하루 없다. 매 순간이 감사하다. 햇수로 3년동안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을 기고하였다. 아쉽게도 이번 칼럼이 마지막회다. 구독경제라는 여정에 함께 해 주신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당부의 말씀을 전하며 마지막 칼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가 삶을 영위함에 수많은 생명의 희생이 수반한다. 오늘 우리가 먹었던 수많은 음식은 산에서 바다에서 강에서 목장에서 활기차게 살았던 식물과 동물들이다. 사회의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편하게 오늘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선대와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고생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순간 남에게 친절하고 삶에 감사해야 한다. 다들 자기만의 전쟁터에서 버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됐다. 당연한 하루도, 당연한 순간도 없다. 매 순간이 감사하다.

감사함에서 신뢰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인 구독경제는 신뢰자본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뢰자본이 부족하다. 만약 각자가 서로의 신뢰자본이 되어 서로를 응원해준다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서로 구독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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