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시행사에 명절 선물받은 전·현직 공무원 무더기 벌금형

중앙일보

입력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아왔던 부산시 전·현직 공무원 9명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과 엘시티 측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아온 전·현직 부산시 건축직 공무원 9명에게 벌금형과 자격정지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엘시티 전경. 뉴스1

엘시티 전경. 뉴스1

재판부는 선물을 건넨 이 회장에게 벌금 2000만원, 부산시 고위직 출신인 A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벌금 700만원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고 150만∼360만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이들은 2010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엘시티 측으로부터 명절 때마다 1회당 3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는 등 150만~36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이들은 ‘가족이 대신해서 고기세트를 수령해 몰랐다’거나‘선물을 받은 것이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회장은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종사하면서 개발 사업과 관련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다수의 공무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고기세트를 제공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공무원들에 대해선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고기세트를 지급 받은 것은 직무행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해한 것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도 “대부분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성실하게 해왔고, 고기세트 가액이 매우 높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뇌물죄는 구체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성립하고, 담당 업무를 맡지 않은 상태라도 장래에 관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면 뇌물 성격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중 현직 공무원은 부산시 도시계획실장 출신 B씨 한 명으로 지난해 7월부터 대기발령 상태다.

이번 사건은 2017년 검찰이 한 차례 수사를 벌였으나 선물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부산참여연대는 지난해 7월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했고, 검찰은 시민위원회 의견에 따라 9명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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