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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원들 농성 예고한 날 김원웅 사퇴…횡령 등 수사는 계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횡령 등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오전 “회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국가보훈처 감사 결과로 광복회가 운영하는 국회 카페 수익금 6100만원을 비자금으로 쓴 사실 등이 드러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계속 주장하다가 돌연 사퇴한 셈이다.

광복회원으로 구성된 ‘김원웅 퇴치 집행본부’가 이날 오후부터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점거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다. 본부 측 관계자는 김 회장의 자진 사퇴를 환영하면서도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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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2일 국립서울현충원 임정묘역에서 열린 운암 김성숙 선생 52주기 추모제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추모사 낭독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2일 국립서울현충원 임정묘역에서 열린 운암 김성숙 선생 52주기 추모제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추모사 낭독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 회장은 이날 사퇴 입장문을 통해 “최근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라며 언론에 자신의 비리를 제보한 전 광복회 간부 A씨를 탓하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보훈처는 김 회장 관련 비리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지난달 27일 특정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설 연휴 기간을 빼고 일주일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이같은 속전속결에 보훈처 직원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물론 송영길 대표,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 여권 인사 상당수가 평소 김 회장과 친분을 자랑하며 친일 청산을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김 회장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정부 내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가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을 방문,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께 진관사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가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을 방문,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께 진관사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보훈처 감사에선 김 회장이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도 일부 드러났다. 보훈처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김 회장은 개인 가정집에서 불법 마사지 시술(60만원)을 받고, 한복ㆍ양복 구입(440만원)이발비(33만원) 등에 비자금을 사용했다. 또 자신이 강원도 인제에 세운 ‘허준 약초학교’ 공사비와 강사비, 장식품 구입 등에도 전용했는데, 이 학교와 자신의 사무실 등에 전시할 안중근 의사 모형 권총 4정 구입에 88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회장의 동서가 공동 대표로 있는 골재 채취업체 백산미네랄이 광복회관 사무실과 집기 등을 5개월간 무상으로 사용케 한 사실도 감사로 밝혀졌다. 김 회장의 며느리와 처조카 등도 지난 5일까지 백산미네랄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그간 김 회장은 이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훈처는 “감사의 한계로 수사로 밝혀져야 할 사항들이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회장 사퇴와 관련해선 “광복회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도ㆍ감독해 나가겠다”며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하고, 이후 총회를 거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내년 5월 중 신임 광복회장을 선출한다.

한편 김 회장 사퇴에도 일부 광복회원은 16일 광복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광복회 집행부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 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김원웅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라, (김 회장이 임명한) 집행부가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한 결과”라며 현재 7명(부회장 1명, 이사 6명)으로 구성된 집행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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