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홍서윤의 인정불가

이대남 프레임은 누가 만들었나요

중앙일보

입력

홍서윤 더불어민주당 전 청년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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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의 인정불가]

더불어민주당의 어긋난 이대남 전략을 비판하는 박가분 작가 글에 대한 홍서윤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의 답글입니다.

지난 1월 모병제 도입 청년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스1]

지난 1월 모병제 도입 청년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스1]

박가분 작가 제언은 깊이 되새겨 볼한만 이야기다. 특히 두 가지는 동의한다.

첫째, 남성을 성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다루는 건 분명 잘못이고 수정되어야 한다. 2020년 법무부 성범죄 백서를 보면 2011~2019년 남성 성범죄자 비율이 매년 98% 이상으로 높지만, 그렇다고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서 구조적 맥락을 놓치지는 않는지 짚어볼 필요는 있다. 왜 성범죄 가해자 중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지 구조적 측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논의와 개선 이전에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표현 탓에 논의 자체가 불발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

둘째, 이대남에 대한 악의적 프레임을 걷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1980년대생과 90년대생, 2000년대생 남성들이 대체로 일베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 사실 너무 당연하다. 한 세대를 동일한 집단으로 규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대남에 대한 악의적 프레임은 누가 하고 있는가. 박가분 작가의 글을 읽으며,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떠올랐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거짓말쟁이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이대남에 대한 악의적 프레임이 있다고 발언하는 순간 악의적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그 프레임은 누가 만들고 있는 것인가.

이쯤에서 좀 다른 시각으로 짚어볼 부분도 있다. 특히 젠더 문제와 젠더‘화’된 문제를 구분해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먼저 말하고 싶다. 현재 이대남·이대녀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논의되는 젠더 문제 안에는 진짜 젠더 문제도 있지만, 젠더 문제가 아닌 젠더‘화’된 구조적 불평등 문제도 섞여 있다. 너무 많은 민생 관련 문제가 젠더 프레임에 가려져 있다. 젠더 담론이 아닌 불평등 담론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정치와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

일례로 젠더‘화’된 문제는 이런 것이다. 고용 측에서의 성차별 문제는 사실 기업의 경직된 노동문화에서 기인하는 게 크다. 이것을 남녀 취업준비생의 밥그릇(파이) 싸움으로 치부하는 게 누구에게 이로운가. 승자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구시대적 조직문화 뒤에 숨은 기업일 것이다.

군인 복무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필’ 남성의 명예를 왜 꼭 여성과 대비해야 하나. 자꾸 이런 프레임으로 보니 본질적 문제는 개선하지 못한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군대에 가서 자유를 침해당하고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건 시대에 뒤처진 군 인권 의식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군 인권과 처우의 문제이며, 징병에 따른 보상은 국가의 몫이다.

이 외에도 2030 삶과 연계되어 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즐비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구조적 불평등의 프레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박가분 작가 글을 보며 젠더 문제와 젠더‘화’된 문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더욱 절실하게 확인했다. 그리고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촉매제로 사용할 게 아니라 불평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다시금 확인했다.

결국, 정치는 양분화된 갈등이 아닌 균형에서 존재 가치를 발한다. 그래서 박가분 작가 제언처럼 젠더 문제와 젠더‘화’된 문제를 두고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충분히 듣고 충분히 숙의의 과정을 거치는 것에 동의한다. 이러한 민주적 과정을 통해 현재 2030이 직면한 불평등 문제 해결과 제도적 보완을 시급히 진행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