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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돈 넘쳤던 작년, 유니콘 역대 최대…옥석 가리기 시작된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이 18개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한 해에만 7개가 추가된, 역대 최대 규모다. 두나무(업비트)·직방·컬리(마켓컬리)·빗썸코리아(빗썸)·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당근마켓·리디(리디북스)가 그 주인공.

2020년 발표에서 유니콘에 포함됐던 쿠팡과 크래프톤은 지난해 상장으로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글로벌 유니콘 통계에 주로 인용되는 CB인사이츠와 벤처투자 업계의 자료를 종합해 유니콘을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날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니콘이 된 이후에 기업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IPO) 등으로 제외되는 기업들까지 고려하면 국내에서 총 27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고도 밝혔다. 유니콘은 상상 속 동물처럼 희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언제 이렇게 확 늘어난 걸까.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이 성장해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10조) 이상이 되면 뿔이 10개 달린 상상 속 동물인 ‘데카콘’이라고 부른다. 이는 유니콘보다 희소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의미. 유니콘의 100배(hecto) 가치를 가진 기업은 ‘헥토콘’이라고 부른다.

왜 중요해

국내 유니콘 기업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유니콘 기업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창업 생태계 바로미터 : 유니콘 기업의 수는 창업ㆍ벤처 생태계의 스케일업을 보여주는 지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며 목표치를 각각 20개(2022년 까지), 30개로 잡았다. 제20대 대선 후보들도 창업 정책을 발표하며 ‘50개(윤석열 국민의힘 후보)ㆍ60개(안철수 국민의당 후보)ㆍ100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목표치를 빼 놓지 않았다.

● 머릿수 효과 : 2017년 3개뿐이던 한국 유니콘은 4년 만에 6배로 늘었다. 사업 분야도 가상자산·콘텐트·중고거래 등으로 다양해졌다. 고용 창출 효과도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 중 벤처기업으로 등록된 8개사가 1년 동안 늘린 고용 인원이 2100여 명. 다만 최근 수년간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는 유동성 과잉으로 스타트업의 몸값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캐피털이나 대기업 뿐 아니라, 개인투자조합까지 공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면서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 규모는 7조원을 넘어섰다. 유니콘 급증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장한 유니콘 기업만 518개, 매일 1.4개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0억달러의 문턱을 넘었다는 얘기다. 2020년(134개)보다 3.8배 늘었다.

한국 유니콘 살펴보니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때려도 돈 몰리는 코인거래소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빗썸과 업비트(두나무)가 처음으로 유니콘이 됐다. 세계적으로는 지난해에만 블록체인 사업에 251억 달러(약 30조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그 결과 블록체인 유니콘 65개가 새로 생겼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유니콘이 2개나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야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규제에 나서고 있는 디지털자산 등 디지털경제 분야에서 등장했다”며 “디지털자산 산업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 K-콘텐트의 힘 : 전자책 강자 리디도 유니콘에 올랐다. 국내 기업 중 콘텐트 플랫폼으로 유니콘에 포함된 건 리디가 처음. 주력 사업을 전자책 구독인 ‘리디셀렉트’에서 연재형 웹툰ㆍ웹소설로 전환한 게 매출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대중성을 노리는 네이버ㆍ카카오 웹툰과 달리 리디는 마니아층 중심의 장르물과 이에 대한 확실한 팬층 확보했다는 강점이 있다.

리디북스 [중앙포토]

리디북스 [중앙포토]

글로벌은 어때

● 미·중 AI 유니콘 경쟁 :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958개의 유니콘 중 60% 이상을 미국(489개사)ㆍ중국(171개사)이 차지하고 있다. 핀테크ㆍ소프트웨어ㆍ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사가 다수. 반면 한국 유니콘 기업들은 B2C 플랫폼이 많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7개사도 모두 소비자를 직접 타겟해 돈을 버는 기업이다. 한번 궤도에 오르면 매출액 등의 성장세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니콘 전반이 여기에 몰려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IPO 패싱…데카콘·헥토콘의 시대 : 블룸버그는 지난 9일 “시장의 활발한 투자로 거의 하루에 1개씩 유니콘이 나왔지만, 과거와는 달리 유니콘 기업들이 IPO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예전보다 자본 조달이 수월해져 IPO 없이도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 상장으로 대주주 지배력이 약해질 우려도 없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 핀테크 거물 '스트라이프'는 이미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을 넘어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에 올랐다.

앞으로는 

●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 유동성 과잉이 끝난 이제부터는 ‘유니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VC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동성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의 가치가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고평가가 계속되면 향후 자금 회수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냉정한 질적 검증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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