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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점거 이어 "무기한 상경투쟁"…노노갈등도 불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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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택배비 인상분 배분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한 택배노조와 사용자 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15일 본사 앞에서 ‘무기한 상경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파업을 시작한 택배노조는 50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달 10일엔 본사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파업 50일째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의 유세 차량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파업 50일째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의 유세 차량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위는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 형식으로 진행돼 방역지침에 정해진 집회·시위 제한 인원(299명)을 넘겨 조합원 700여 명이 참여할 수 있었다. 방역지침에 선거 유세 참여 인원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선거 유세 차량 1대를 택배노조 집회에 지원했고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선거사무원’이라 적힌 표찰을 목에 걸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슈추적]

요금 인상분 배분 입장 엇갈려

14일 노조의 건물 점거 농성이 한창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 '노사문화 우수기업' 상패와 이를 비판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써붙인 문구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14일 노조의 건물 점거 농성이 한창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 '노사문화 우수기업' 상패와 이를 비판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써붙인 문구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갈등의 핵심은 ▶택배 요금 인상분 배분 ▶CJ대한통운 본사와의 직접 협상 문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6월 정부와 정치권, 택배사와 노조 등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맺은 사회적 합의 후 인상한 택배 요금 170원의 배분을 문제 삼고 있다. 노조 측은 “택배기사 근로조건을 위해 올린 택배비가 택배 기사들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비 인상은 사회적 합의 이전에 이뤄졌으며 현재 전체 택배비의 50%가량이 택배 기사들에게 배분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인상한 요금은 현장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과 자동화 장비 설치 등 과로를 막기 위한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CJ대한통운의 합의 이행이 ‘양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협상 ‘카운터파트’도 논란

택배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 측이 직접 협상에 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현 노동조합법상 교섭은 명시적인 계약관계가 있는 사용자랑 하게 돼 있고, 택배기사들의 계약 주체는 대리점”이라며 “사용자가 아닌 저희가 계약 관계도 없이 노조와 교섭에 나서면 하도급법 위반이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대화를 거부한다면 파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의 ‘카운터파트’ 문제는 기관들의 판단도 엇갈려 법정 싸움으로 비화한 상태다. 지난해 6월 고용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CJ대한통운을 택배노조의 사용자로 인정해 “노조와 직접 교섭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노위 판단만으로는 원청(CJ대한통운)을 택배노조의 사용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노 갈등 조짐도

전국비노조택배기사연합 기사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침입 및 점거 농성'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전국비노조택배기사연합 기사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침입 및 점거 농성'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노동자 간 갈등 조짐도 일고 있다. CJ대한통운 노조가 소속된 한국노총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에 불법 침입해 점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 노조 조합원 포함 30여명이 집단으로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일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 노조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13일)에는 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 등 150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택배노조의 불법 점거를 규탄했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 과정에서 다친 직원들의 치료비, 파손된 시설물 복구비 및 영업 손실액 등 따져보면 하루 1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갈등 커지는데…섣불리 못 나서는 정부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앞에서 CJ 대한통운 규탄 집회를 갖고 있다. 양수민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앞에서 CJ 대한통운 규탄 집회를 갖고 있다. 양수민 기자

이번 갈등에서 정부 부처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쟁의권 확보에 따라 파업 자체는 정당하지만, 본사 점거는 불법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 정국을 고려하는 듯 정부와 정치권 모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노사 간 원만한 합의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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