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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 개혁 부작용 손질해도 과거 회귀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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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지휘권 폐지 등을 담은 사법 개혁 공약을 발표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와 답변하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과 박범계 민주당 의원(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지휘권 폐지 등을 담은 사법 개혁 공약을 발표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와 답변하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과 박범계 민주당 의원(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윤 후보,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 공약  

‘검찰 공화국’ 비판 안 듣게 신중히 접근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그제 발표한 사법 정책 공약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단순히 정치적 진영과 유불리에 따른 찬반 논란 차원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국민이 최상의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수렴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왜곡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이 초래한 문제들은 반드시 손질해야겠지만, 또다시 ‘검찰 공화국’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혁,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고위 공직자 수사 권한 확대, 검찰총장의 독자적 예산 편성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이 공약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검찰 개혁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엿보인다. 문 정부의 검찰 개혁은 검찰권의 축소와 문민통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형사사법적 정의 구현보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검찰 힘빼기라는 논란이 무성했다.

개혁으로 포장됐지만 제도가 왜곡됐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스스로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을 훼손한 공수처는 출범 1년여 만에 민간인 사찰 의혹을 일으키며 ‘괴물 공수처’란 비판을 받았다. 개혁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권한이 비대해져 ‘경찰 공화국’이란 비판을 받는 경찰의 고소·고발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해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개혁한다면서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가중해 온 이런 문제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만 검찰의 권한을 다시 대폭 강화해 ‘검찰 공화국’으로 역행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수사지휘권의 경우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현 장관이 권한을 과도하게 남용해 논란을 자초했지만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민주적 통제’를 위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이와 관련,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지휘권 발동 조건을 엄격하게 규정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법무부가 인사권과 예산권으로 검찰을 통제하는 장치도 존속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앞서 윤 후보는 집권하면 문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발언해 문 대통령과 집권당의 반발을 샀다. 이런 인식을 드러낸 상황에서 검찰권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공약이 자칫 정치 보복 시비와 진영 갈등을 더 키울까 우려된다.

누가 되든 차기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반부패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통한 법치의 확립과 공정사회 정착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