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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후보도, 당국도 비호감 선거 털어낼 의무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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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22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2022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22일간 선거운동 … 네거티브는 공멸 자초

문 대통령·선관위, 공정 관리 실천해야

3·9 대선을 향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어제부터 시작됐다. 통상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는데, 현실은 암울하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으로 외신도 주목할 정도다.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distasteful) 선거”(더타임스 일요판),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졌다”(워싱턴포스트)고 했다.

이럴 순 없다. 이제라도 ‘역대 최악’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후보·정당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선관위 등 이해당사자들의 집단적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 후보와 정당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호를 5년간 이끌 만한 리더십과 비전·정책을 가졌는지 경쟁으로 돌아와야 한다. 열차 의자에 발을 올렸는지, 금연 식당에서 담배를 피웠는지, 누구 부인이 더 잘못했는지 등 네거티브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상대 후보를 악마화하는 건 결국 상대 지지자도 악마화하는 것이다. 설령 당선된들 협조나 통합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는 건 불문가지다. 서로 적이 아닌 경쟁자이자 크게 보면 정치 동업자란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공멸 아닌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도 불편부당한 선거관리자가 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어제 “정부는 공정하고 안전한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는데 마땅한 당부다. 문제는 실천 의지다. “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한다”는 기준으로 보면 현 정부는 턱없이 미흡하다. 선거 때 국무총리는 물론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까지 여당 중진인 건 전례 없던 일이다. 문 대통령이 친여 성향의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선관위원으로 유임시키려다 선관위 직원들의 집단 반발을 초래한 일도 전례가 없었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집권 시 전(前) 정권 적폐청산 수사’ 발언을 두고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공개 반박한 것도 마찬가지다. 더는 중립성에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피해야 한다.

선관위도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 선관위원 7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이고, 야당 추천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총선에서 ‘비례자유한국당’이란 당명을 불허해 야권에 불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고,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시민단체들의 ‘보궐선거 왜 하나요’란 캠페인을 금지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오죽하면 지난 8일 선관위 원로들이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만나 “선거 문구 허용 여부를 놓고 편파 논란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요구했겠나. 선관위가 최근 사전투표 용지에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넣는 걸 두고 선관위의 “QR코드는 2차원 바코드”라는 설명에 수긍하지 않는 이가 있는 것도 논란의 여파다.

20여 일간 각자의 자리에서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