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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악셀 실패에도 6위 오른 유영 "프리에서 또 악셀 도전"

중앙일보

입력

15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는 유영. [연합뉴스]

15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는 유영. [연합뉴스]

한 번 실패했지만, 그래도 도전한다. 쇼트프로그램 6위에 오른 유영(18·수리고)이 프리스케이팅

유영은 15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6.80점, 예술점수(PCS) 33.54점을 각각 얻어 합계 70.34점으로 6위에 올랐다. 그는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2014년 소치 대회의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선수 올림픽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유영과 함께 출전한 김예림(19·수리고)도 67.78으로 9위에 안착해 프리스케이팅에 나간다.

시즌 베스트(70.73점)과 쇼트프로그램 공인 최고점(78.22점)을 깨지는 못했지만 올림픽 무대만 따지면 한국 선수로는 김연아(2010년 78.50점·2014년 74.92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점수다. 이날 경기에선 전체적으로 심판진이 선수들에게 낮은 점수를 매겼다.

유영은 경기 뒤 6위라는 순위에 대해 "순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무대를 계기로 제가 좀 더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긴장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좋게 생각한다"고 했다.

5조 세 번째인 전체 27번째로 나선 유영은 레프트오버 OST '월링 윈즈'에 맞춰 연기했다. 유영의 첫 점프는 트리플 악셀. 공중에서 3회전 반을 도는 점프로 이날 전까지는 네 명의 여성 선수만이 올림픽 무대에서 성공시킨 어려운 기술이다.

15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는 유영. [연합뉴스]

15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는 유영. [연합뉴스]

유영은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착지했지만, 회전 수 부족으로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다. 점프하는 순간 회전을 했다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이후엔 실수하지 않았다. 이어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해낸 뒤 마지막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도 실수 없이 마쳤다. 플라잉 카멜 스핀, 레이백 스핀, 스텝 시퀀스,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 모두 최고 난이도인 레벨 4를 받았다. 점프 실수를 감안하면 훌륭한 연기였다.

유영은 "큰 실수 없이 잘 마친 것 같아서 그 점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오늘 굉장히 긴장도 많이 되고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그래도 그만큼 안 좋은 결과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영의 앞 순서는 세계최고 스케이터로 꼽히는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였다. 유영은 "전 선수 잘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들어가자마자 제 할 것만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발리예바는 올림픽 대회 도중 지난해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다 보니 전세계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유영은 "올림픽인 만큼 좀 관심도 많이 받고, 긴장도 많이 됐던 거 같은데 준비해온만큼 하려고 했다. 신경이 안 쓰였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지만, 내 스케이팅이 우선이어서 오늘 연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여러 사건들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잘하고 끝내면 좋겠다"고 했다.

유영은 "(경기 시작 전)열심히 준비해온 만큼 후회없이 즐기면서 타자는 생각이었다. (경기장에 와서)응원해주시는 선수들, 팀 코리아 관계자들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많이 힘이 됐다. 긴장될 때 옆에서 '대한민국 화이팅'이라고 해주셔서 속으로 힘이 많이 되고 긴장이 풀렸다"고 말했다.

유영은 프로그램을 마친 뒤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꿈에 그리던 무대를 큰 실수 없이 잘 끝내서 울컥했다. 코치(하마다 미에)님을 보는데 그동안 훈련했던 모습들이 생각났다. 원래 좀 강하지 못해서, 제 자신이 긴장도 많이 된다. 이제 멘털적으로 제가 많이 강하진 않아서 오늘 잘 넘어지지 않고 잘한 거 같다"고 했다.

하마다 코치는 유영의 뺨을 두들기며 격려했다. 유영은 웃으면서 "엄마가 부탁해주신 건데 코치님한테 제가 좀 정신 못차리면 뺨좀 때리라고 했다.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해주시면서 코치님이 '이건 엄마한테 온 거야'리고 말해서 웃음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심판은 유영의 트리플악셀에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기본점이 8.00점에서 3.30점까지 내려간다. 가산점(GOE)까지 0.99점 깎이면서 유영의 첫 점프는 2.31점으로 판정됐다.

유영은 "회전수 부족이 나왔지만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 잘 착지한 거 같아서 그 점에서 만족스럽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연습 때처럼만 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패 이유에 대해선 "자신감이 부족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첫 점프여서 긴장이 많이 됐다. 그래도 나머지 점프는 트리플 플립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트리플 플립은 어텐션을 받았다. 피겨는 점프마다 어떤 날을 써야 하는지 정해져있는데, 날은 정확하게 썼지만 부정확할 경우 어텐션이 뜨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비록 실패했지만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유영은 "그래도 제가 여태 준비해온 구상은 트리플악셀을 쇼트와 프리에 다 넣는 것이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넣을 생각이고, 준비해온 것들 잘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예림과 유영은 나란히 톱10에 진입했다. 유영은 "언니가 나오면서 손을 들어주는 걸 봤다. 언니랑 훈련했던 시간들도 생각이 나고, 이제 끝나서 힘들었을 텐데 저까지 잘 응원해줘서 감동받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유영은 "내일은 좀 더 마음 편하게 가지면서 연습 잘 끝내고 프리스케이팅도 오늘보다 긴장을 내려놓고 더 즐겁게 제가 즐기면서, 후회없이 잘 끝내서 웃는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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