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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폭락, 실적은 쇼크…K게임 호시절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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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출시하는 주요 게임. 엔씨소프트의 ‘TL’. [사진 각 업체]

올해 출시하는 주요 게임. 엔씨소프트의 ‘TL’. [사진 각 업체]

게임업계가 위기의 한복판에 섰다.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지난해 기록한 업체들이 많고, 주가가 폭락하는 회사도 줄줄이 나온다. 자본시장이 게임사를 바라보는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중앙일보 팩플팀이 국내 매출 상위 10개 게임사(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컴투스·위메이드·데브시스터즈·웹젠) 실적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10개사 매출은 총 12조 7413억원으로 전년(11조 6860억원) 대비 9%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 등 6곳의 매출이 늘어서다. 영업이익 합계는 2조 8161억원으로 1년 새 19% 줄었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데브시스터즈 3곳을 뺀 7곳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해 출시하는 주요 게임. 넷마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사진 각 업체]

해 출시하는 주요 게임. 넷마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사진 각 업체]

게임사 주가 하락 폭은 IT업계에서도 유난히 컸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은 주가가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다. 실제 매출 상위 10개사의 시가총액 총합은 73조 5870억원(15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말(94조 3548억원) 대비 22%나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1% 하락했다. 기대를 선반영하는 증시 특성상 게임업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집토끼(기존 게임)는 늙어가는데 산토끼(신사업)는 아직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일단 게임과 비즈니스 모델이 모두 노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게임업계는 신작 가뭄에 시달렸다. 매년 신작 10개 안팎씩 내놓던 다작왕 넥슨조차 지난해엔 2개 출시에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2(엔씨소프트), 배틀그라운드 : 뉴스테이트(크래프톤) 등은 저조한 성적을 냈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 등 부분 유료화를 내세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대한 이용자 반발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출시하는 주요 게임.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사진 각 업체]

올해 출시하는 주요 게임.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사진 각 업체]

지난해 하반기 게임사 주가를 밀어올린 이슈는 블록체인이었다. 게임하면서 돈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 모델을 결합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위메이드가 대표적이다.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를 게임업계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하자, 2020년 말 3만8500원이었던 주가가 23만7000원(지난해 11월 19일)까지 올랐다. 하지만 기대는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대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내 주요 게임사 실적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주요 게임사 실적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 9일 공개한 실적에서 위메이드 연 매출은 전년 대비 344% 증가한 5610억원, 영업이익은 326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 중 2255억원이 위믹스 매각에서 나왔다. 위믹스 플랫폼 매출이 36억원에 그쳤다. 주가는 35.3% 폭락했다. 위믹스 매각이 플랫폼 활성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회사 해명에도, 투자자 불안은 여전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P2E 모델이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점 등이 확인되면서 실망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들어 주가가 급락한 게임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들어 주가가 급락한 게임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자본시장의 투자 잣대가 게임회사의 핵심이자 기본 경쟁력인 개발력과 지식재산권(IP)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타버스 기술이 완성돼도 이를 채울 콘텐트, 즉 게임의 경쟁력이 중요해서다.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대형 신작이 올해 성과를 결정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 행보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82조원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고,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각각 1조원 안팎을 넥슨(지분 5.02%)과 엔씨소프트(지분 6.69%)에 투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MS와 PIF는 명품 IP가 있고, 개발력이 탄탄한 회사에 투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결국은 게임 자체 경쟁력이 메타버스 같은 신사업에서도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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