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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본 언론도 감탄한 적중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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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 킴’의 스킵 김은정이 14일 베이징올림픽 일본과 경기 도중 동료를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 치고 있다. 경이로운 샷 성공률을 기록한 김은정은 일본전 완승과 함께 4강행 불씨를 살렸다. 김경록 기자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 킴’의 스킵 김은정이 14일 베이징올림픽 일본과 경기 도중 동료를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 치고 있다. 경이로운 샷 성공률을 기록한 김은정은 일본전 완승과 함께 4강행 불씨를 살렸다. 김경록 기자

“‘안경 선배’ 김은정이 90%대 샷 성공률로 일본을 압도했다.”(일본 데일리스포츠)

일본 언론도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김은정(32)의 기량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15일 “전날 베이징올림픽 여자컬링 일본-한국전에서 김은정의 애칭인 ‘안경 선배’가 일본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또 “당연히 일본을 응원합니다만, 안경 선배도 대단합니다”  “오랜만입니다. 안경 선배” 등 일본인의 반응을 전했다.

김은정은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코구레 키미노부(한국판 이름 권준호)에 빗대서 ‘안경선배’라 불렸다. 시력이 0.7인 김은정이 동그란 안경을 쓰고 카리스마를 뿜어내자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일본 언론도 4년 만에 ‘안경 선배(メガネ先輩)’란 타이틀로 김은정을 재조명했다.

김은정은 4년 전 평창올림픽 일본과의 4강전에서 명승부 끝에 8-7 승리를 이끌었다. 4년 만의 리턴매치였던 14일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도 한국의 완승(10-5)을 이끌었다.

후지사와와 스킵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김은정(오른쪽). [연합뉴스]

후지사와와 스킵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김은정(오른쪽). [연합뉴스]

김은정은 특히 후지사와 사쓰키(31)와의 ‘스킵 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다. 김은정은 1-2로 뒤진 3엔드에 상대 스톤 3개를 쳐내는 트리플 테이크아웃을 성공한 데 이어 더블 테이크아웃으로 3득점했다. 8엔드에 김은정이 스톤을 마치 ‘로봇 청소기’처럼 정확하게 던지자 국내의 한 TV 아나운서는 김은정을 “컬링의 신”이라고 극찬했다.

반면 김은정의 절묘한 샷에 실수를 연발한 후지사와는 ‘멘붕(멘탈 붕괴)’이 온 표정이었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은정은 샷 성공률 90%였지만, 후지사와는 실수가 잦아 71%에 그쳤다”고 전했다. 김민지(춘천시청 스킵) 해설위원은 “스킵샷 성공률이 80%만 넘어도 잘하는 건데, 은정 언니는 90%가 나왔다. 스킵이 작전을 짜는 대로 다 됐다”고 했다.

3승3패인 한국이 4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래도 한일전을 승리로 이끈 임팩트는 셌다. 한국 팬들은 “김은정이 ‘후지’산을 무너뜨렸다”, “김은정 안경에 혹시 스카우터(만화 드래곤볼 전투력 측정기)가 달렸나”라며 놀라워했다.

일본도 반한 김은정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샷 정확도다. 김은정은 영화 어벤저스의 ‘호크아이’ 화살처럼 정확히 꽂히는 샷을 구사한다. “김은정과 김경애는 ‘아메리카노’다”란 말까지 나왔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먹듯, 손쉽게 테이크아웃을 한다는 의미다. 일본전에서 김은정은 테이크아웃 성공률 100%(6회 모두 성공), 김경애는 80%였다. 중국전, 미국전에서는  패배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은정은 샷 성공률 83%로 스킵 10명 중 1위다.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김은정의 무표정 시리즈. “영미~”를 외칠 때 빼고는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이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김은정의 무표정 시리즈. “영미~”를 외칠 때 빼고는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이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25살 당시 김은정의 앳된 모습도 화제가 됐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25살 당시 김은정의 앳된 모습도 화제가 됐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은정은 2시간30분이 넘는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유지해 ‘엄·근·진’으로 불린다. 한 팬은 “3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왜 무표정이야”라며 재미있어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4년 김은정의 무표정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25살이 아니라 15살처럼 어려 보인다” “컴퓨터 코딩 잘하는 초등학생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은정의 카리스마도 매력 포인트다. 스톤을 던진 뒤 오른손을 옆으로 ‘촤악’ 펼친 뒤 고함을 지른다. 경북 의성군 출신인 그는 화끈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달려~” “더더더더”를 외친다. 김은정과 팀원들이 사투리로 동시에 대화하자 의성여고 선배인 이슬비 해설위원이 중계 도중 “상당히 어려운 드로를 구사하자는 뜻”이라며 사투리 통역을 하기도 했다.

김은정은 팀원이자 친구 김영미를 향해 “영미~”를 외친다. 그런데 김은정 어머니의 성함도 김영미다. 김은정은 중학생 때부터 시간 날 때마다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는 ‘마늘 효녀’이기도 하다.  2019년 아들 서호군을 낳은 김은정은 요즘엔 ‘서호 엄마’로 불린다. 경기 내내 무표정하던 김은정은 승리 후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 키스를 날리며 “서호야~ 고고다이노(만화) 보지 말고, 엄마 응원해”라며 활짝 웃었다.

별명으로 본 김은정의 매력

안경선배 슬램덩크 권준호처럼 안경 쓰고 카리스마

호크아이 영화 캐릭터처럼 샷 정확일본전 샷 성공률 90%

엄·근·진 2시간45분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

김영미 딸 팀원이자 친구 김영미와 어머니 성함 같아

마늘 효녀 의성군에서 마늘 농사 짓는 부모님 자주 도와

4강행 불씨 살렸지만, 남은 3경기 다 이겨야 유력


‘팀 킴’이 여자 컬링에서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는 게 가장 좋다. 2승1패를 기록한다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한다.

이번 대회 예선은 10개국이 한 번씩 맞붙는 라운드 로빈 방식이다. 상위 4개 팀이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한국은 14일 일본을 꺾고 4강행 불씨를 살렸다. 3승3패로 캐나다와 함께 공동 6위다. 스위스가 6승1패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스웨덴이 5승2패로 2위다. 미국·일본·영국이 4승3패로 공동 3위다. 스위스는 4강을 예약한 상태고, 미국, 한국 등 6개국이 남은 세 자리를 두고 다투는 형국이다.

예선 최종 순위는 승패→승자승 순으로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6승3패를 거두면 대부분 4강에 진출한다. 만약 공동 4위의 승패가 같다면 승자승을 따진다. 공동 4위가 세 팀씩 나오고 서로 상대 전적이 물고 물리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이 경우 DSC(드로샷 챌린지)로 순위를 결정한다. 매 경기 연습 때 마지막 2개의 스톤을 하우스 중앙에 가깝게 던져 선공과 후공을 가리는 걸 라스트 스톤 드로(LSD)라고 한다. DSC는 LSD의 평균값이며, 거리가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팀이 최종 순위에서 앞선다.

15일엔 경기가 없어 선수들이 푹 쉰 한국은 16일 오전 10시5분 스위스, 같은 날 오후 9시5분 덴마크와 2연전을 치른다. 이어 17일 오후 3시5분 스웨덴과 예선 최종전을 벌인다.

김민지 해설위원은 “한국이 남은 3경기를 다 이기면 6승3패를 기록, 4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대회는 서로 물고 물리는 경우가 잦다. 승자승 우선이기에 (한국을 꺾었던) 캐나다, 미국과 승패가 동률이면 불리하다”고 했다. 한국이 2승1패를 거둬 5승4패가 되면 승자승과 DSC를 따져야 할 수도 있다. 만약 한국이 1승2패에 그쳐 4승5패가 된다면 4강 진출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김 위원은 “스위스와 스웨덴이 강팀인 건 분명하지만, 한일전처럼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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