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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훈련 마친 병력 철수 시작", 서방 "군 축소 징후 없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배치된 병력 중 일부가 철수를 시작했다면서, 군사훈련은 계획대로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방은 "아직 러시아 병력의 축소 징후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장갑차 호송대가 크림반도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장갑차 호송대가 크림반도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와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훈련 중인 러시아군 일부 부대가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디데이(D-Day)로 지목한 16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의 연합 훈련은 일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누군가가 이 문제에 대해 히스테리를 보이는 것과 관계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서방의 보도에 대해서는 "정보 테러"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코프.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코프. 연합뉴스

이날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훈련 중이던 남부군관구와 서부군관구 부대들이 훈련을 마치고 주둔 기지로 복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항상 그랬듯이 훈련이 끝나는 대로 부대들은 조직적으로 상주기지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훈련 임무를 완수한 부대들은 이미 열차와 차량에 군사장비들을 싣기 시작했고, 오늘 원주둔 병영으로 이동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일부 부대들은 대열을 지어 행군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철수를 시작하지 않은 병력들은 기존 계획에 따라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벨라루스군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 수상함·잠수함·해군 항공단이 투입된 일련의 해군 훈련 등은 일정에 따라 훈련을 수행 중이라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이날 뉴스 브리핑에서 "일부 러시아군이 기지로 복귀하고 있으며, 이것은 군사 훈련 완료 후 정상적인 과정"이라며 러시아 병력 일부가 철수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서방과 안보 문제에 대해 계속 대화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2019년 관련 조약이 파기된) 중거리핵미사일 문제도 서방 국가들과 기꺼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답변에 러시아가 보낼 재답변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으며 곧 미국과 나토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외신은 러시아측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CNN은 "러시아가 군 철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러시아 병력의 증강 징후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CNN이 입수한 맥사 테크놀로지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의 공군 기지에 지난 며칠 동안 최소 60대의 헬리콥터가 증강됐다는 것이다.

맥사테크놀로지의 위성 사진에 크림반도에 러시아군의 헬리콥터와 군 부대의 모습이 촬영됐다. 연합뉴스

맥사테크놀로지의 위성 사진에 크림반도에 러시아군의 헬리콥터와 군 부대의 모습이 촬영됐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발언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끊임없이 다양한 발언을 해왔다. 말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때, 위기 완화를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군 철수 발표에 대해 "이는 신중한 낙관론의 근거를 제공하지만, 아직 우리는 지상에서 러시아군 축소 징후를 보지 못했다"면서 "러시아군의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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