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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확진 8만명도 뚫렸다...'동네 야산' 전략이 불안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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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5일 오후 9시 기준 확진자는 8만511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확진자 집계가 마감되는 자정까지 추가될 인원을 고려하면 16일 0시 기준 9만명 안팎의 확진자 수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 16일간 200명대에 머물던 위중증 환자가 300명대로 올라섰고, 사망자가 27일 만에 가장 많은 61명이 나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자가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자가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주요 국가는 이미 오미크론의 정점을 지나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한국만 계속 올라가는 모양새다. 다만 다른 나라처럼 사흘 만에 두 배로 뛰지 않고 천천히 올라간다. 한국은 그동안 1~3차 대유행 때 정점까지 천천히 올라가서 천천히 떨어지는 '피해 최소화 전략'을 썼는데 오미크론에도 적용한다. 소위 유행 곡선이 낮고 펑퍼짐한 '동네 야산' 전략이다. 이 때문에 유행 정점 도래 시기도 늦어진다. 전문가들은 "내달 초순 정점 또는 정체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이미 한 달 전에 오미크론 정점을 지났다. 그 외 유럽 국가도 속속 정점을 지나면서 실내 마스크 폐지 등의 규제를 해제했다. 최근까지 확진자가 치솟던 독일·일본도 정점을 지났다는 추정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한국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는 10일 정점(24만7862명)을 찍은 뒤 14일 7만6465명으로 떨어졌다. 일본도 지난 5일 정점을 찍었다.

일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은 지난해 12월 초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우세종으로 가는 데 약 7주 걸렸다. 미국·영국은 3주, 일본은 4주 걸렸다. 주요 국가에서는 우세종에서 정점까지 4~6주 걸렸다. 이들 나라처럼 가면 한국도 이르면 다음 주에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지난 설 연휴 전주부터 오미크론이 확산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이 다른 나라 패턴을 따라갈 경우 다음 주에 피크(정점)에 이를 수 있다"며 "내주 초반에 어떤 패턴으로 갈지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이 다른 나라의 패턴과 다른 특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2월 말경 국내 확진자가 13만~17만명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정점 시기가 2월 말, 3월 초순, 3월 중순 세 가지 추정이 나오며 이 중 3월 초순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3월 첫째 주가 유행 증가의 정체기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정체기를 정점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확진자가 가장 높은 시기는 3월 중순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 3,4주가 큰 고비일 것"이라며 "4월이나 돼야 확진자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미국이나 영국, 유럽보다 자연감염에 의한 집단면역이 낮은 게 유행을 길게 늘인다. 이게 K방역의 역설"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탁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점을 고려하면 유행 정점 도달 시기가 늦어지고, 높이도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유행 감소 전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0~15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대에 머물러 있는 점도 유심히 볼 대목이다. 영국은 사흘 만에 확진자가 두배로 뛰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났다. 정재훈 교수는 "23만명을 고점으로 봤는데, PCR 검사 역량이 유지된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런데 검사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며 "그동안 PCR 검사에서 감염자의 절반 정도를 찾아냈는데,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주일 평일의 PCR 검사 건수가 50만 건대이다. 지난해 12월 말 하루 확진자가 3000~5000명일 때도 50만 건대였다.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PCR 제한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검사 양성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검사 양성률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60세 이상으로 PCR 검사의 천장을 치면서(제한했다는 의미) 하루 85만건까지 가능한데도 30만~50만 건만 검사한다.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떨어지는데(가짜 음성이 많다는 뜻) 이걸로 얼마나 확진되겠느냐. 줄자로 선을 그어놨다. (하루 확진자가)10만명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건 착시 현상이자 일종의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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