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명 IT 회사에 다녔던 신호진(36·여)씨는 지난해 거제 해녀가 됐다. 한 달간 경남 거제시에 체류하며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남형 한 달 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신씨는 IT 개발자가 아닌 사무직에 근무하면서 제2의 인생을 모색하던 중 한 달 살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평소 남편과 레저활동을 하면서 친숙해진 바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상황에서 해녀학교가 있는 거제로 목적지를 정했다.
신씨는 한 달 살이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정된 후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7살 된 딸 등 자녀들과 지난해 8월 거제에 내려왔다. 이후 한 달간 가족들과 거제를 여행하며 틈틈이 해녀학교를 다녔다. 한 달 살이가 끝난 뒤에는 공무원인 남편만 두고 자녀들과 거제로 아예 이사했다. 그런 뒤 해녀학교 3개월 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해녀로 살고 있다.
신씨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귀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경남형 한 달 살이를 하면서 해녀라는 제2의 인생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며 “한 달 살이를 할 때도 자녀들이 좋아했는데 아예 이주한 지금도 만족하고 있고 남편과 주말 부부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운이 좋아 벌이도 적지 않아 해녀 생활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경남도 5개 시군에서 시범적으로 시작된 ‘경남형 한 달 살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도는 15일 “이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라는 이름으로 18개 시·군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는 자치단체로부터 숙박비(1인 최대 5만 원)와 체험비(1인 7~8만 원)를 지원받아 최대 30일까지 경남지역 18개 시·군에 머무르며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여행보다는 개별여행을 선호하고, 단기간 머무르다 가는 여행보다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여행하는 관광 트랜드에 맞춰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신씨처럼 귀농·귀촌·귀어를 꿈꾸는 젊은 사람들이 한 달 여행하기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전답사 형태로 지역을 체험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일선 시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달 여행하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829명 선발에 1555명이 지원해 2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참가자 거주지역은 서울이 30%(249명)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경기 23.3%(193명), 부산 14.4%(119명), 대구 7.6%(63명), 인천 4.9%(41명) 등의 순이었다. 전체 참가자 중 수도권 지역이 약 58%(483명)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경남에서의 체류 경험을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해야 한다. 지난해 참가자들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에 1만1914건의 경남 여행 기록을 올려 1인 평균 14.4건의 경남 관광 콘텐트를 알렸다.
올해는 3월부터 경남도와 18개 시·군 관광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심상철 경남도 관광진흥과장은 “거의 매일 전국으로부터 한 달 여행하기 신청에 대한 문의 전화가 온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경남 여행지를 더 많이 발굴해 보다 많은 분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