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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향수 한물 갔다는데...佛브랜드 가로수길 한복판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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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의 글로벌 최대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가 다음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7년 9월 딥티크의 국내 판권을 인수했다. 딥티크는 1961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향수 브랜드로 차별화된 향과 예술적 콘셉트로 대표적 니치 향수 브랜드로 손꼽힌다. 니치(niche·틈새) 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의미한다.

14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딥티크 가로수길 플래그십스토어는 딥티크의 국내 최초 오프라인 매장이자 세계 최대 규모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에 낸 최초의 딥티크 부티크를 서울에 재현, 파리의 아파트를 콘셉트로 2개 층에 식당·부엌·세탁실·거실·욕실 등의 실내 공간을 구현하고 제품을 전시 및 판매할 예정이다.

오는 3월 중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여는 딥티크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이미지.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오는 3월 중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여는 딥티크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이미지.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소수 위한 니치 향수의 대중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뷰티 업계에서 니치 향수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바이레도를 시작으로 딥티크, 산타마리아 노벨라, 에르메스 퍼퓸, 메모, 엑스니힐로 등 9개의 수입 향수 브랜드의 판권을 차례로 확보해왔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향수 브랜드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향수 브랜드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니치 향수는 천연의 고급 향료와 희귀 성분, 차별화된 디자인 감성으로 소수 마니아층을 공략했지만 최근에는 남과 다른 나만의 향수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특히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2030 젊은 세대의 니치 향수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니치 향수 브랜드는 2020년 동기 대비 딥티크 44.5%, 바이레도 36.5%, 산타마리아 노벨라 36.3% 신장했다.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 니치 향수 브랜드의 평균 매출도 2020년 대비 107.8% 늘었다.

샤넬·디올 지고 조말론·바이레도 뜨고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향수 시장 규모는 2015년 5060억원에서 지난해 7067억으로 커졌다. 2025년 8100억원대까지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샤넬·디올 등 전통 향수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줄고, 조 말론 런던·바이레도·딥티크 등의 니치 향수 브랜드의 매출이 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체 향수 브랜드별 점유율(소매 판매액 기준)을 보면 샤넬은 2015년 7.9%에서 2020년 6.3%로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조 말론 런던은 3.5%에서 6.1%로, 바이레도는 0.6%에서 4.0%로 상승했다. 딥티크 역시 2015년 1.0%에서 2020년 3.5%로 점유율이 증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니치 향수에 대한 관심도는 뷰티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유튜브 뷰티 콘텐트에서도 나타난다. 뷰티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그룹 ‘레페리’가 발행한 ‘2022년 뷰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니치 향수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해 관련 콘텐트가 3배 이상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다. 레페리 데이터 연구소 관계자는 “개성표출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향수는 본인을 나타내는 필수 뷰티 아이템”이라며 “해외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유명 조향사가 만든 니치 브랜드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했다.

LF는 ‘조보이’, 한섬은 ‘리퀴드 퍼퓸 바’ 상반기 론칭

향수는 뷰티 제품이지만 화장품과 달리 자기표현에 특화된 상품으로 패션 상품군과 비슷한 맥락으로 소비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나 LF, 한섬 등 패션 기업들이 니치 향수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LF는 상반기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를 론칭한다. LF 관계자는 “파리 시민이 사랑하는 니치 향수를 가장 빠르고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전문 편집숍”이라고 설명했다. LF는 조보이를 LF몰에서 먼저 선보인 뒤 백화점 위주의 고급 채널을 통해 유통할 예정이다. LF의 또 다른 니치 향수 브랜드 불리1803도 지난해 매출이 2020년 대비 약 100% 증가하는 등 상승세다.

LF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마스크 등으로 시각적인 부분을 가리는 경우가 많아지니 반대로 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며 “니치 향수 브랜드의 경우 디퓨저나 향초 등 고급스러운 공간 향 제품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코로나19 시국에 더 선방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조보이 파리 부티크 내관 전경. [사진 LF]

조보이 파리 부티크 내관 전경. [사진 LF]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전문기업 한섬도 상반기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 론칭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4년 파리 마레 지구서 출발한 향수 편집숍으로 어비어스, 프라팡 등의 향수를 소개하고 있다. 국내선 오프라인 편집매장과 온라인몰, 백화점 유통 채널 등을 활용해 전개할 예정이다.

국내 패션 대기업의 니치 향수 시장 진출은 이들의 주요 사업군인 해외 패션 부문에서 니치 향수 부문으로의 확장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해외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기존 사업 구조와 비슷한데다 유통망이나 고객층도 겹친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니치 향수는 단가가 비싸 립스틱 등 다른 메이크업 브랜드보다 수익을 내기 용이한 면이 있다”며 “뷰티 상품이면서도 명품·럭셔리 군에 속하는 독특한 상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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