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해 3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독립선언서 낭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5/14a0c193-5e87-4d02-bb85-cccebce92e60.jpg)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해 3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독립선언서 낭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자금 조성해 한복·양복 등 구매 의혹
사퇴 않고 버텨 … 정부 신속히 조처해야
김원웅 광복회장의 비리 사태가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한 국가보훈처의 특정 감사에서 광복회가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김 회장의 통장으로 보낸 뒤 현금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돈으로 김 회장의 한복과 양복을 사고 이발비를 내는 등 개인 용도로 썼다는 것이 감사 결과다. 보훈처가 확인한 비자금만 6100만원에 이른다.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의 공사비와 장식품 구매에도 비자금을 썼다. 골재 채취 사업체가 광복회 사무실과 집기를 5개월 동안 공짜로 쓴 사실도 드러났다. 이 업체는 김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골재 사업과 관련해 광복회장 명의로 국방부와 경기도 여주시에 여러 차례 협조 공문을 발송한 사실 등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을 위해 시작한 국회 카페 수익사업(헤리티지 815)의 수익금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사업 자체에 대한 승인 취소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광복회장의 부정으로 인한 피해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이런 지경이면 김 회장은 사죄하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그런데 김 회장은 부하직원을 탓하며 버티고 있다.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 광복회 개혁모임 등은 내일부터 여의도 광복회관 4층에서 김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점거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 광복회 대의원은 “김 회장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직후 김 회장 측은 “모 부장이 지난 2년간 김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행비서에게 접근해 김 회장의 양복비·이발비·추나 치료비 일부를 지불하는 등 온갖 과잉 충성을 해 왔다”며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 회장은 이를 모두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보훈처 측은 이번 감사에서 김 회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백번 양보해 김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부하 직원이 자신을 위해 심각한 비리를 저질렀다면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오히려 적반하장 식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2주 뒤면 삼일절이다. 광복회장은 삼일절 행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사업을 비리로 얼룩지게 해 수사 선상에 오른 김 회장이 지난해 기념식처럼 독립선언문을 낭독한다면 순국선열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에게 ‘독립운동가 최재형 상’을 수여하는 등 친정권 행보로 일관해 왔다. 이런 이유로 수사를 미적거린다면 애국 열사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정부는 광복회에서 더는 추한 사태가 지속하지 않도록 신속한 조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