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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키드 유영…은반 위 유영 시작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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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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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기대주 유영(18·수리고)이 10년의 기다림 끝에 꿈의 무대에 선다.

15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자 중  27번째로 출전한다. 4년 전 평창올림픽 당시엔 나이 제한(만 15세 이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다. 유영에겐 첫 올림픽이다.

유영은 진정한 ‘연아 키드’ 다. 태어나자마자 싱가포르로 이주했던 유영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를 보고 어머니 이숙희씨를 졸라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날씨가 더운 싱가포르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기 어려웠던 유영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의 동영상을 보면서 점프를 흉내냈다. 싱가포르에선 피겨 선수로 대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2012년 겨울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다.

유영은 우상인 김연아가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23㎡(7평)짜리 원룸에서 지내며 처음 훈련한 곳이 김연아가 어렸을 때 기량을 갈고닦았던 과천 빙상장이다. 처음엔 한국말을 잘 못해 힘들어했다. 취미반 친구들보다도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빨랐다. 3회전(트리플) 점프 5종을 익혔고, 만 10세 때 국가대표 선발전 에서 7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연소 기록. 2016년엔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김연아가 2003년 세운 역대 최연소 우승(만 12세 6개월) 기록을 깼다.

해외 훈련지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을 준비했던 장소를 선택했다.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키가 자라면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훌륭하게 이겨냈다.

유영의 ‘필살기’ 트리플 악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영의 ‘필살기’ 트리플 악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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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지난 시즌엔 코로나19로 제대로 훈련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부진을 겪으면서 국제 대회 출전권도 놓쳤다. 하지만 지현정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다시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랑프리 1차 대회와 4차 대회에서 모두 동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올라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남자 싱글은 ‘4회전 점프’의 시대다. 하지만 여자 싱글에선 아직까지 4회전 점프를 뛰는 선수가 많지 않다. 카밀라 발리예바, 안나 셰르바코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러시아) 등을 제외하면 아직 꿈의 기술에 가깝다. 4회전 점프 못잖게 고난도인 트리플 악셀만 제대로 구사해도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다.

유영의 장기가 바로 트리플 악셀이다. 뒤로 이동하다 앞으로 몸을 돌려 뒤로 착지하기 때문에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돈다. 국내 여자 선수 중에서는 유영만이 유일하게 이 기술을 구사한다. 국내 1차 선발전에선 쇼트와 프리 두 번 다 실패했으나 2차에선 두 번 다 성공했다. 베이징에 온 뒤에도 트리플 악셀 점프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성공률이 들쭉날쭉한 게 흠이다. 일본 아사다 마오도 현역 시절 트리플 악셀 성패에 따라 점수가 들쭉날쭉했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여자선수는 4명 뿐이다.

유영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두차례 트리플 악셀 점프를 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한 번,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번이다. 두 번 다 성공하면 차준환(21·고려대)처럼 상위권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김연아(2010 밴쿠버 금·2014 소치 은) 이후 여자 싱글 최고 성적은 최다빈(22)이 2018 평창올림픽에서 기록한 7위다.

유영은 베이징에 입국한 9일 새벽에도 한국에서 훈련을 한 뒤 비행기에 올랐다. 그만큼 올림픽을 향한 의지가 강하다. 유영은 “간절하고 바랬던 대회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도착하는 날 연습이 없기 때문에 출국 전에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영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논란 끝에 출전이 결정된 ‘피겨 천재’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의 다음 순서로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한다. 유영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영문명은 ‘Young You’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젊은 그대’ 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유영은 “10년이 넘도록 기다려온 무대다. 후회 없이 즐겁게 연기를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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