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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운 고조…경제안보 핵심 품목 200개 비축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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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전 세계 금융·원자재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정부는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자원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 핵심 품목 비축을 늘리고 이를 관리할 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달러·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고, 달러·금 등은 강세를 보였다. 또 러시아의 원유 수출 차질 등 우려가 커지며 유가 등 원자재 값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발 원자재 공급난→인플레이션 확산→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정책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7% 하락한 2704.48에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 2% 넘게 내리며 2700선을 내주기도 했다. 공포에 질린 개인의 ‘팔자’ 러시(Rush)가 시장을 끌어내렸다. 이날 개인은 186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87억원, 934억원을 사들이며 버텼으나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8개가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3.63%)과 현대차(-3.55%), 삼성SDI(-3.47%), 카카오(-3.38%) 등의 낙폭은 3%가 넘었다. 삼성전자(-1.87%)와 삼성전자우(-2.32%), LG화학(-1.58%)도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1.33%)만 홀로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81% 내린 852.79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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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이날 2.23% 내렸고, 홍콩 항셍지수(-1.3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8%), 대만 자취안지수(-1.71%) 등도 약세를 보였다.

반면에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지난주 저점 95.172에서 이날 96.059까지 올랐다. 금값도 1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46% 오른 7만1390원에 마감했다. 2020년 10월 6일(7만1560원) 이후 가장 높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은 지난 11일(현지시간)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 가격이 배럴당 93.10달러,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94.44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두 2014년 9월 이후 8년 만에 최고 가격이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휘발유 평균가격도 2월 들어 1700원대로 다시 올라서 지난 13일 기준 L당 1710.46원을 기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이는 유가나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 (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시장엔 악재”라고 설명했다.

해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4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공급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부처 및 청와대 관계자, 정책연구기관장 등 총 24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지난해 10월에 처음 신설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경영난으로 공공기관이 매각할 예정이었던 해외자산 중 공급망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자원개발은 이명박 정부 이후 사실상 정부 내에서 ‘금기어’로 통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이를 과거 정부의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국내 공기업의 주요 해외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에 따라 칠레 산토도밍고 광산 등 총 4개 광산을 매각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가진 15개 광산 지분도 처분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200대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비축 품목 및 일수를 늘리고 비축 인프라와 지원도 확대한다. ‘공급망 관리 기본법’을 제정해 첨단 품목 외에 요소수 같은 범용재 및 공급망 관련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법적 대응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 경제안보공급망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재정적 뒷받침을 위한 공급망 안정화기금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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