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남택이 고발한다

K방역 망가졌는데…QR코드, 대체 누구를 위해 찍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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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택 건축사·푸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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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때 QR코드를 찍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그래픽=김경진 기자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때 QR코드를 찍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그래픽=김경진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다 보니 식당·카페 등의 영업제한이나 QR코드 확인 및 방역패스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QR이나 방역패스 확인은 국가가 현장을 책임지지 않는다. 정부는 방역 방침에 따르지 않는 자영업자를 형사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뿐이고 처벌을 피하려고 할 수 없이 가게 주인이 손님을 통제한다. 주인 입장에선 잘해야 본전이고, 자칫 잘못하면 처벌을 받는 구조이다. 솔직히 달가울 리가 없다. 과거엔 코로나가 워낙 엄중한 데다 나름 효과가 있다고 믿으니 따랐다 치고, 앞으로가 문제다. 확진자가 수만 명을 넘어가며 추적·검사·격리라는 K방역의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추적'을 위한 식당·카페의 QR코드 점검은 그대로이니 하는 말이다. 이걸 왜 계속해야 하는가? 가게 주인들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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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접촉 '추적' 안하면서 왜? 

외식업계 종사자로서 이런 방역 시스템은 이미 오래 전에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확진자가 다녀간 게 확인되면 최대한 빨리 추적해 접촉자에 대한 추가 검사와 격리를 해야 한다. 그러라고 모두들 불편해도 QR코드 인증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주변 자영업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난해 8월 4차 확산 때부터는 확진자 발생 뒤 사나흘이 지나고 나서야 보건소가 가게와 손님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자연히 소독도 확진자 방문 며칠 후에나 이뤄진다. 이러니 무슨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에는 식당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게 확인되면 보건소에서 일일이 방문해 CCTV 영상이나 방문자 수기 기록을 수거해갔다면 이젠 역학조사 인원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전화로 대충 방역준수 여부를 묻거나 방역지침을 준수했다는 확인서를 받아가는 정도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이렇게 방역 당국의 '추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미리 알았던 셈인데, 굳이 이런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해서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어 다들 입 다물고 있었을 뿐이다.

이러니 도대체 QR코드는 왜 찍게 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서 지난 2년간의 힘들었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도 손님과 QR코드와 방역패스로 실랑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추적과 접촉자 검사·격리를 시행하지 않으면서 QR코드 찍기는 왜 그대로 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중대본이나 질병청이 매일 코로나 브리핑을 하는 거 같은데, 이에 대해 속 시원히 설명해줬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 1월 서울 중구 시립청소년센터 안내데스크에 붙어 있는 '방역패스 안내문'. [뉴스1]

지난 1월 서울 중구 시립청소년센터 안내데스크에 붙어 있는 '방역패스 안내문'. [뉴스1]

백신 접종 압박을 왜 가게 주인이?

혹자는 접촉자 추적을 포기한 상태에서 식당·카페에서의 QR 인증을 통한 방역패스 확인 절차를 그대로 두는 건 백신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접근을 막기 위해서란다. 이런 명분을 내세우려면 최소한 미접종자가 접종자보다 식당·카페 손님들에게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즉 미접종 손님이 접종자에 비해 감염자일 확률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QR코드 인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는 국가가 할 일을 자영업자에게 대행시키는 데 대해 양해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리고,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을 뿐이다.

식당·카페 입장에선 입구에 서서 체크를 하도록 하는 게 매우 번거롭고 지치는 일이다.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 아르바이트 인력을 줄여 놨는데 일일이 손님에게 안내하고, 또 거부하거나 불편해하는 손님을 설득까지 하는 건 정말 힘들다. 단순히 귀찮은 일이 아니라 그게 다 인건비가 들어가는 원가부담 업무다. 두어 달이면 고장이 나는 중국산 비접촉 체온계며 QR코드 인식 기기며 모두 자영업자가 자비로 준비했지 나라가 사 주지도 않았다.

서비스업·외식업은 말 그대로 손님을 모시는 일이다. 내 가게에 오는 손님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신은 병을 전염시킬 위험이 있는 자이니 나가달라"고 내쫓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지난 1월 서울 강남역 부근에 모인 시민들이 방역패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준희 기자

지난 1월 서울 강남역 부근에 모인 시민들이 방역패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준희 기자

영업 지장 초래하는 규제부터 없애야

얼마 전 다른 식당에 손님으로 방문해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음식 나오기 전에는 마스크를 쓰세요!"라는 종업원의 짜증 섞인 핀잔을 들었다. 마스크를 쓰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저 직원은 밖에서는 얼마나 철저히 법을 지킬지 몰라도 공무원도 아니면서 왜 자기가 일하는 일터에 찾아온 고객에게 이리 퉁명스럽게 구는 걸까. 나라 방침을 잘 따르는 모범시민일까, 아니면 코로나에 대한 본능적 자기방어일까. 아, 어쩌면 '완장질'일 수도 있겠다. 평소 갑질하던 손님들에게 당하던 상처받은 영혼에게 나라가 이제 손님을 향해 마음껏 잔소리를 퍼부을 수 있는 '방역 완장'을 차게 해준 것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효과도 명분도 없는 이 지겨운 QR 찍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국민과 국민이 서로 반목하며 서로 삿대질하게 만드는 일은 줄었으면 한다. 영업에 지장을 주는 규제는 그대로인데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자영업자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선심 공약을 남발한다. 세금을 걷어 다시 보상해 주느니 지금 당장 영업에 지장을 주고 국민에 불편을 끼치는 실효성 없는 방역규제 하나라도 빨리 없애 주기를 바라는 게 대다수 자영업자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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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각] 정부의 입장은 "QR 찍기 개선 검토 중"

QR코드 인증을 계속 강요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남택(필명, 식당 운영·푸드애널리스트·건축사)씨의 글에 정부 브리핑에서의 QR코드 문제에 대한 관계자 답변을 붙입니다. 글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www.joongang.co.kr/series/11534) 남택 칼럼 하단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