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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기다린 꿈의 무대 앞둔 유영… 트리플 악셀이 승부처

중앙일보

입력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유영이 14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인근 트레이닝홀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유영이 14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인근 트레이닝홀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젊은 그대' 유영(18·수리고)이 10년을 기다린 꿈의 무대에 선다.

유영은 15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전체 27번째 순서로 나선다. 4년 전 평창올림픽 당시엔 나이 제한(만 15세)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던 유영에겐 첫 올림픽이다.

유영은 진정한 '연아 키즈'다. 태어나자마자 싱가포르로 이주한 유영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를 보고 어머니 이숙희씨를 졸라 피겨를 시작했다. 제대로 코치를 받기 어려웠던 유영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의 동영상을 보면서 점프를 흉내냈다. 싱가포르에선 피겨 선수로 대성하기 어려웠고, 결국 2012년 겨울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유영이 14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인근 트레이닝홀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유영이 14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인근 트레이닝홀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유영은 자신의 우상 김연아가 걷는 길을 따라갔다.23㎡(7평)짜리 원룸에서 지내며 처음 훈련한 곳은 김연아가 어렸을 때 훈련했던 과천 빙상장. 처음엔 한국말도 잘 못해 힘들어하고, 취미반 친구들보다 뒤처졌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빨랐다. 3회전(트리플) 점프 5종을 익혔고, 만 10세 때 국가대표 선발전 7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연소 기록. 2016년엔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김연아(32)가 2003년 세운 역대 최연소 우승(만 12세 6개월) 기록을 깼다.

해외 훈련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을 준비했던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진행했다. 점프 안정성이 문제로 꼽혔던 유영은 키가 자라면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훌륭하게 이겨냈다.

유영은 올림픽을 2년 앞둔 지난 시즌엔 코로나19로 제대로 훈련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부진을 겪으면서 국제대회 출전권도 놓쳤다. 하지만 지현정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다시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랑프리 1차 대회와 4차 대회에서 모두 동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올라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남자 싱글은 '4회전 점프의 시대'다. 하지만 여자 싱글은 아직까지 4회전 점프를 뛰는 선수가 많지 않다. 카밀라 발리예바·안나 셰르바코바·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등을 제외하면 아직 꿈의 기술이다. 4회전 점프 못잖게 고난이도인 트리플 악셀만 제대로 구사해도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다.

유영의 장기가 바로 트리플 악셀이다. 뒤로 이동하다 앞으로 몸을 돌려 뒤로 착지하기 때문에 세 바퀴 반을 돈다. 국내 여자 선수 중에서는 유영이 유일하게 할 수 있다. 국내 1차 선발전에선 쇼트와 프리 두 번 다 실패했으나 2차에선 두 번 다 착지에 성공했다. 베이징에 온 뒤에도 트리플 악셀 점프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성공률이 다소 들쭉날쭉한 게 흠이다. 아사다도 현역 시절 트리플 악셀 성패에 따라 점수가 들쭉날쭉했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선수는 4명 뿐이다.

유영은 올림픽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 한 번,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번 트리플 악셀 단독 점프를 뛴다. 두 번 다 성공하면 차준환(21·고려대)처럼 탑5 진입도 노려볼만하다. 김연아(2010 밴쿠버 금·2014 소치 은) 이후 여자 싱글 최고 성적은 최다빈(22)이 2018 평창올림픽에서 기록한 7위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유영이 14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인근 트레이닝홀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예림. 베이징=김경록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유영이 14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인근 트레이닝홀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예림. 베이징=김경록 기자

유영은 베이징에 입국하는 9일 새벽에도 한국에서 훈련을 한 뒤 비행기에 올랐다. 그만큼 올림픽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유영은 "아무래도 너무 간절하고 바래왔던 대회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도착하는 날 연습이 없기 때문에 출국 전에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영은 논란 끝에 출전이 결정된 발리예바 다음 순서로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한다. 유영은 "모르고 있었다. 잘 모르겠다. 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준환이 알려준 긴장풀기 팁에 대해선 "오빠가 저에게만 알려준 것이니 비밀로 하겠다"고 웃었다.

'Young You(젊은 그대)' 유영이 10년 동안 준비했던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곧 펼쳐진다. 유영은 "잘했으면 좋겠다. 기다려온 무대다. 후회 없이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며 "팬들이 기대하시는 만큼 다 못 보여드렸다. 이번 올림픽 만큼은 잘해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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