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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번개장터·중고나라엔 있는 수수료, '당근페이'가 안 받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김성룡 기자

지난해 8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김성룡 기자

매달 1700만명이 쓰는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결제·송금 서비스 ‘당근페이’를 14일 선보였다. 당근페이는 은행 계좌와 연동해 당근페이 지갑에 최대 50만원까지 충전해 쓸 수 있는 서비스. 앱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면 중고거래시 당근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 중심 하이퍼로컬(hyper-local·초근접 지역)에 공들여온 당근마켓, 당근페이로 날개를 달 수 있을까.

왜 중요해?

당근마켓은 지난 11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의 ‘소셜’ 카테고리에서 카카오톡·페이스북·네이버 밴드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중고거래를 넘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 여기에 당근페이를 더했으니,

● 빠진 퍼즐의 완성 : 당근페이는 중고시장에 특화된 송금, 지역에 기반한 결제 서비스다. 그간 당근마켓은 개인 간 거래(P2P)를 기반으로 판을 깔아주는 ‘중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송금·결제가 붙으며 당근마켓 앱 안에서 탐색-거래-결제(송금)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의 당근마켓 앱 체류 시간이 늘고 각종 생활 앱과 연결하는 등 비즈니스 기회도 커질 수 있다.
● 170만이 쓰는 버티컬 결제 앱 : 3개월간 테스트를 거친 제주 지역 이용자의 당근페이 사용률은 10%에 달했다. 이를 전국 이용자로 확대하면, 단숨에 월 170만명이 쓰는 버티컬 결제·송금 앱이 된다.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도 “당근페이는 하이퍼로컬 시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 금융 서비스”라며 새로운 금융 서비스 가능성을 강조했다.

14일 전국서비스를 시작한 당근마켓의 당근페이. 당근마켓 제공.

14일 전국서비스를 시작한 당근마켓의 당근페이. 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은 왜 페이에?

● 두 마리 토끼 : 사용자 편의성을 확보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덜었다. 중고거래 시 외부 은행·송금 앱 없이 당근마켓 채팅창에서 실시간 당근페이로 송금하니, 계좌번호나 예금주 노출 없이 거래할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은 사용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며 본인인증 없이 간편 가입만으로 서비스 중인 당근마켓의 위법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당근페이 사용자가 늘수록 이런 우려도 준다.
● 중고거래보다 더 큰 하이퍼로컬 : 당근마켓은 토스처럼 개인 간 송금을 ‘무료’로 못 박았다. 경쟁사인 번개장터의 번개페이(2018년 출시)나 중고나라의 중고페이(2021년 출시)가 거래 수수료(3.5%)를 받는 것과 차별화했다. 지난해 번개페이로 2500억원 이상이 거래된 번개장터는 연간 100억원 내외를 수수료로 버는 중. 이를 감안하면 당근마켓도 연간 1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이래도 생존 가능할까. 당근마켓의 답은 '하이퍼로컬 플랫폼'에 있다. 1700만 개인 사용자는 무료 송금으로 앱에 묶어 두고(lock-in·락인), 지역 생활서비스나 상점 결제에 수수료를 붙여 수익을 내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역 기반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등 하이퍼로컬 생태계에서 수익 모델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의 주 매출원인 광고와 관련이 있는 비즈 프로필(지역상점 전용 채널)은 최근 42만개로 늘었다.
● 마이크로 결제 데이터 : 결제·송금을 통해 당근마켓도 커머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정 상점의 매출 추이나 당근마켓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소연구소나 펫트너(방문 펫시터) 같은 생활밀착형 제휴 서비스도 동(洞) 단위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네이버 같은 거대 포털이나 할 수 있던 지역사업자(SME) 거래 데이터를 당근마켓이 보유함으로써 하이퍼로컬 플랫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

앞으로는?

● 로컬 슈퍼앱 : 당근마켓의 목표는 ‘지역 기반 플랫폼’이다. 당근페이도 지역 상공인 등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현재 선물하기, 동네 장보기 등으로 구성된 페이 활용처를 로컬 커머스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 그럴 경우 사용자가 동네 상점에서 당근페이로 장보기 결제를 한 후 O2O 서비스를 연계해 배달받을 수 있다. 상점·학원·인력중개·중고거래·취미 등 동네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는 모든 걸 당근마켓의 향후 비즈니스 범주에 넣고 하이퍼로컬 슈퍼앱 자리를 노리겠단 계획. 하지만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이 오프라인 사용처를 이미 확보한 만큼 당근페이가 사용자의 최우선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진 미지수.
● 해외 시장 노린다 : 당근마켓 가입자가 2200만명이 넘어서며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는 추세다. 해외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 캐나다·영국·일본 4개 국가를 중심으로 72개 지역 거점을 정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 중. 최근엔 김용현 대표가 직접 캐나다로 가서 당근마켓의 북미 안착을 이끌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엔 확실한 중고거래 주도 사업자가 없고, 하이퍼로컬에 집중하는 곳이 많지 않다”며 “지금이 공격적으로 글로벌사업을 추진할 최적기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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