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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李, 자승 스님 만난다…정청래에 뿔난 불심 수습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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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새해 첫날인 1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 대웅전을 참배한 뒤 금강계단에서 주지 현문 스님과 대화 도중 불교 신도들에게 합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새해 첫날인 1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 대웅전을 참배한 뒤 금강계단에서 주지 현문 스님과 대화 도중 불교 신도들에게 합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계와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이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앞두고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자승 스님을 만나 비공개 차담을 나누기로 했다”면서 “불교계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나아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간곡히 청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자승 전 총무원장과의 만남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촉발한 ‘불교 폄하’ 논란 넉 달 만에 성사됐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에,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대 갈등을 빚었다. 이를 계기로 불교계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누적되어 온 감정을 쏟아내면서 “종교 편향” 논란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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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비하 발언, 정부의 천주교 캐럴캠페인 지원 등 현 정부에서 벌어진 종교편향·불교왜곡 사례를 비판하며 전국 사찰에서 5000명가량의 승려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비하 발언, 정부의 천주교 캐럴캠페인 지원 등 현 정부에서 벌어진 종교편향·불교왜곡 사례를 비판하며 전국 사찰에서 5000명가량의 승려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불교계가 지난달 21일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면서 “대선 직전인 2월 중 ‘범(凡)불교도대회’ 개최”를 예고하자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처지가 됐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영진 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달 자승 전 원장을 예방하고, 부인 김혜경 여사가 유세 틈틈이 전국 사찰을 찾아 사죄의 뜻을 전했다. 논란 당사자인 정 의원도 이달 1일 제주 관음사를 시작으로 이달 19일까지 총 8곳의 전국 사찰을 순례 중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장은 통화에서 “이제 불교계가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민주당이 잘하나 지켜보겠다’고 하는 단계까지 왔다”면서 “종부세 완화 내용의 조세제한 특례법, 사찰 규제를 푸는 문화재 보호법 개정안 등 당 차원의 구체적 입법 추진 노력이 점수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찰 및 토지 규제 개선 ▶사찰 보유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완화 ▶문화재 관람료 지원 ▶전통사찰 보수 자부담 경감 등을 골자로 한 불교계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연등회·영산재 전승관 건립 추진 ▶팔만대장경 등 디지털화 ▶국무총리 산하 ‘종교평화상생화합위원회(가칭)’ 설치 등의 불교계 요구도 대폭 수용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후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서 사과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취재진과 짧은 질의응답만 나눈 뒤 사찰을 떠났다. 연합뉴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후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서 사과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취재진과 짧은 질의응답만 나눈 뒤 사찰을 떠났다. 연합뉴스

공약 발표는 이원욱 국회 정각회장과 김영배 위원장을 비롯, 김병주·소병철·이수진·정춘숙 등 전통문화발전특위 소속 의원들이 서울 종로 조계사 일주문을 직접 찾아 낭독하는 ‘화해 세리머니’ 형식으로 했다. 총무부장 삼혜스님, 기획실장 법원스님, 문화부장 성공스님 등 조계종 핵심 지도부가 수용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제 갈등과 긴장관계 해소를 넘어서서 종교계 한 표, 한 표를 얻어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발표문에서 “사찰지에 대한 각종 규제와 이로 인한 문화재 관람료 문제 등으로 불교계가 적지 않은 불편과 희생을 감내해 왔다”며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하는 불교문화가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불교계와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지난달 19일 김제 금산사를 찾아 주지 일원 스님과 나란히 걷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지난달 19일 김제 금산사를 찾아 주지 일원 스님과 나란히 걷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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