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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니코틴 더 빨아들이는 한국인…'멘톨 담배'에 숨은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역 흡연실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뉴스1

서울역 흡연실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뉴스1

60대 이상 고령층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20대의 68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국인은 한 개비당 니코틴·타르를 국제표준의 3.2배를 흡입하는데, 그 원인은 박하·과일향 등의 가향담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관리청은 흡연자의 연령대별 폐암,심혈관·뇌혈관 질환 발생률을 분석해 14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대 흡연자는 폐암 발생률이 1%, 심혈관·뇌혈 질환 발생률이 2%로 심혈관·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더 크다. 30대는 폐암 10%, 심혈관·뇌혈관 질환 6%로 올라간다. 40,50대도 계속 올라 60대가 되면 급증한다. 폐암 발생률은 68%, 심혈관·뇌혈관질환 발생률은 41%에 달한다.

 담배를 일찍 끊을수록 발암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흡연한 지 1~10년에 금연하면 발암 위험이 74% 줄어든다. 흡연 기간이 길수록 감소 폭이 줄어든다. 흡연 21~30년에 금연하면 25%, 31~40년은 18%, 41년 이상은 9% 감소한다.

 질병청은 또 궐련(일반적 형태의 담배)을 20년 피운 한국인의 흡연 습성을 최근 공개했다. 한국인은 담뱃갑에 표기된 타르·니코틴 함량의 3.2배를 마신다. 가령 타르 5mg, 니코틴 0.5mg의 담배를 한 갑 피우면 실제로는 타르 15mg, 니코틴 1.5mg을 흡입한다는 것이다.

폐암

폐암

 이유는 더 자주, 더 많이, 더 빨리 담배를 피우기 때문이다. 한 개비당 흡입 횟수가 20.4회로 국제 표준(13회)의 1.6배, 1회 흡입량은 2.1배 많고, 흡입 속도는 2.8배 빠르다. 담배 한 개비 연기 흡입량은 1441mL로, 국제 표준(455mL)의 3.2배에 달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이 담배에도 적용되는 걸까.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이성규 센터장은 "가향(加香) 담배가 주범"이라고 말한다. 가향담배는 담배에 특정한 맛이나 향이 나도록 설탕·감미료(포도당·당밀·벌꿀 등),멘톨· 바닐린·계피·생강 등을 첨가한 제품을 말한다.

 이 센터장은 "담배 연기가 따가우면 한꺼번에 삼키기 어려운데 가향 담배는 담배 연기를 부드럽게 해서 넘기기 쉽게 해 준다"며 "부드러운 담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춰 담배회사들이 가향 담배를 많이 내놓아서 흡입량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에쎄 0.1mg 담배를 피우면 실제로는 0.3mg을 피운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4월 발간한 '가향 담배에 대한 해외 규제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담배 총 판매량은 2011년 44억갑에서 2020년 35억9000만갑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가향담배는 2억7000만갑에서 13억8000만갑으로 증가했다. 가향 담배 비중이 6.1%에서 38.4%로 증가했다. 가향 담배는 젊은 층의 담배 진입 통로 역할을 한다. 18~21세 남성의 48.3%, 여성의 65.5%가 맨톨 담배 사용자이다. 가향 담배의 대부분은 필터에 향료 캡슐을 삽입하는 형태의 캡슐 담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는 가향 담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유럽연합(EU)은 2016년 가향 물질 첨가를 금지하고, 2020년 맨톨 담배 제조·판매를 금지했다. 캐나다·브라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민주당 최혜영·허종식·김수흥 의원이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WHO FCTC 규정과 캡슐 담배의 비중 증가, 가향 물질의 유해성, 국민 건강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담배의 가향물질을 금지하고, 이런 담배의 제조‧수입‧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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