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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사리던 독일 숄츠도 셔틀외교…푸틴에 "가스관 폐쇄" 말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4~1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4~1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연합뉴스

‘16일 침공설’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그간 서방 동맹의 ‘약한 고리’로 지적받았던 독일의 올라프 숄츠(63) 총리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셔틀 외교에 들어갔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1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15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릴레이 정상회담을 갖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숄츠 총리의 이번 일정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서방과 러시아간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노르트 스트림2’ 협상 카드될까

숄츠 총리는 키예프로 떠나기에 앞서 지난 11일 상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번 연쇄 정상회담의 목표를 “러시아에 ‘침공시 엄청난 제재를 맞게 될 것’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유럽에서의 전쟁을 막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엄청난 제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 등은 숄츠 총리가 ‘노르트 스트림2’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으로, 이를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통 공급할 수 있다. 지난해 완공됐지만 공식 가동은 보류된 상태며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 정상 가동된다.

하지만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숄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탱크와 군대를 끌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순간, 노르트 스트림2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러 제재의 주요 수단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숄츠 총리는 “(제재에) 예외는 없다”며 ‘일치된 대응’을 공언하면서도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 직접 입에 올리지 않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2.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2. 연합뉴스

독일경제연구소의 클라우디아 켐페레스트 에너지 운송 및 환경팀장은 “독일은 ‘노르트 스트림2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말 외에는 갖고 있는 협상 카드가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마샬펀드 전문가인 마커스 지에너 역시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있을 경우 노르트 스트림2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진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그간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대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숄츠 총리가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노르트 스트림2를 정식 거론해 러시아를 압박하면 그간의 국내외 비판을 일축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디언은 또 숄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근시일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일 미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미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 무기·경제 지원책 나올 것

키예프 방문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과 경제 지원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무기 공급 요청에도 “살상 무기 수출을 자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거부해왔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책으로 헬멧 5000개를 보내고 야전 병원 설립을 돕기로 한 게 전부다. 에스토니아가 자국 내 배치된 동독제 곡사포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불허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농담 수준의 지원”이라며 동맹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할 정도였다.

최근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극도로 위험하다”며 변화된 입장을 시사했다. DW는 숄츠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전자 측위 시스템, 지뢰 제거 장비, 보호복, 디지털 무선 장비, 레이더 스테이션, 야간 투시 장치 등을 포함한 군비 지원 목록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지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높다. 독일은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20억 유로(약 2조7000억원)을 지원했다. 숄츠 총리는 “과거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연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는 러시아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는 러시아군. 연합뉴스

우크라, 러시아 포함 OSCE 회담 긴급 요청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병력 증강과 관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을 긴급 요청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러시아와 모든 OSCE 참가국들과 48시간 내 회담을 열고 러시아가 우리 국경과 임시로 크림반도에 증강, 재배치한 병력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1975년 출범한 OSCE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유럽, 중앙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57개국이 가입해 있다.

오는 18~2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도 주목된다. 1963년 창설된 뮌헨 안보회의는 주요국 정상과 장관들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회의로서 올해는 35개국 정상 및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도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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